
[편집자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경찰 소환조사가 임박했다. 지난해 말 관련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반년이 지난 5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제될 사안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불공정 거래 하면 패가망신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부당 이익의 몇 배로 제재가 필요하다.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대규모 (사건에는) 기본적으로 영업정지가 필요하며 한국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1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해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전했다. 이후 증선위는 지난 7월16일 하이브의 기업공개(IPO) 당시 상황과 관련해 혐의들을 제기했다. 이는 곧바로 ‘하이브 주가조작 설’로 연결되며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기업은 하이브가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지난 7월30일 국세청은 상장 과정에서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하이브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주식시장을 교란해 얻은 부당이익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취지다.
‘하이브 주가조작’ 논란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사모펀드(PEF)와 체결한 언-아웃 계약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데서 시작했다. 주가조작 설을 제기하는 측은 방 의장과 하이브(구 빅히트)가 상장 준비 단계에서 ‘일부러’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부서에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았고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에도 ‘의도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상장 당일 장 초반 하이브 주가가 급등했다가 계약 관련한 물량들이 쏟아져 나오며 하락 반전, 주가가 내림세를 탔다는 것이다. 보호예수에 묶이지 않은 PEF 물량에 대해 모르고 장 초반 주식을 샀던 개미들만 손해를 보고 방의장과 PEF들은 이같은 주가조작을 통해 이득을 봤다는 논리다.
PEF, 상장일 1909억 어치 매도
당시 주가 흐름만 두고 보면 외견상 이런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하이브는 2020년 10월 1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13만5000원, 시초가는 공모가의 두 배인 27만원에 형성됐다. 개장 후 3분 만에 가격제한폭(30%)까지 치솟으며 35만1000원을 기록, 소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에 성공했다.
그러나 상한가 유지 시간은 불과 2분 남짓. 곧바로 매도세가 쏟아지며 주가는 급락했고 결국 종가는 25만5420원, 시초가보다 5.4%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상장 당일 개인투자자는 하이브에 대해 2435억원 가량 순매수에 나섰다. 상한가 부근에서 매수한 개미투자자는 하루 만에 27% 가량의 손실을 본 셈이다.

상장 첫날 대량 매도를 한 건 스틱인베스트먼트·메인스톤·이스톤PE 등 사모펀드였다. 이중 스틱인베스트먼트와 메인스톤은 방 의장과 언-아웃 계약을 체결했던 곳이다. 상장 당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9만6177주를 31만2874원에, 메인스톤은 32만 8132주를 28만8718원에 장내에서 팔았다. 이스톤은 12만408주를 28만9203원에 장내매도 했다. 이들이 상장 당일 매도한 주식수는 총 64만4717주, 약 1909억원 규모다.
하필 방의장과 언-아웃 계약을 맺었으며 하이브(구 빅히트) 사외이사였던 김중동 씨가 관여한 두 PEF(메인스톤·이스톤)의 지분만 보호예수(의무보유확약)에 걸려있지 않았다는 점도 주가조작 의심 요인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보유 주식의 70%(242만4016주)에 대해 3개월 보호예수를 걸었지만, 메인스톤과 이스톤PE는 별도 보호예수를 두지 않았다. 이로 인해 상장 첫날과 직후 대량 매도가 가능했다.
실제로 상장 후 4거래일(15,16,19,20일) 만에 메인스톤과 이스톤PE는 각각 120만769주, 38만111주를 매도, 보유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처분했다.
오버행 이슈, 증권신고서·증권사 리포트에 기재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오버행 이슈에 대해선 이미 사전에 증권신고서나 증권사 리포트 등을 통해 충분한 공지가 됐기 때문에 주가조작과 연관시키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이브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 제1부 III을 살펴보면 △다. 상장 후 유통주식수 △라. 당사 주식의 대규모 매각가능성(오버행 이슈) △마. 상환전환우선주로 인한 주가 희석 위험 부문 관련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걸 확인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당시 발간된 증권사 보고서만 봐도 유통가능 물량과 보호예수 물량이 다 나와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몰랐다고 하기엔 무리”라면서 “신규 상장주 투자 시 오버행 물량을 확인하는 건 투자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신규 상장주에서 보호예수가 묶이지 않은 물량은 당일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우선적으로 거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당시 IPO 관련 내용을 분석한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및 유진투자증권 리포트에는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 △보호예수 물량 △매도 제한 기간 등에 대해 기재돼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3384만6192주)의 29.7%(1005만2575주) 수준이었다”며 “대게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 비중은 30% 내외로 다른 신규 상장 업체보다 오버행 이슈가 극단적으로 컸다고 판단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주주간 계약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했다면 공모주 투자자들이 청약을 주저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주간 계약의 여부와 무관하게 주가가 상승하면 방 의장과 공모주 투자자들 모두 이익을 보는 구조여서 주주간 계약은 도리어 공모주 투자 판단에 긍정적 요인으로 봐야한다는 평가도 있다.
더불어 PEF들이 IPO 첫날 일부 구주를 매도하면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출렁인 건 사실이지만 단기간에 그치기도 했다. 이후 하이브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상장 다음해인 2021년 11월 17일 장중 최고가인 42만1500원을 기록했다.
기업금융(IB)업계 한 관계자는 “방 의장과 PEF가 맺은 이익분배 약정은 특정 주주들 사이에서 이뤄진 것으로 PEF가 상장이후 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출연하는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약정으로 당시 하이브(구 빅히트)에 어떠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공모주 투자자들에게도 아무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도 “사모펀드들은 피투자사가 상장하면 지분을 매도해 수익을 회수하고 또다른 투자처를 찾는게 업의 본질”이라면서 “사모펀드가 구주를 매도해 주가가 급락했다고 해서 이를 주가조작으로 보는 것은 주식시장에 대한 몰이해이자 논리적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언아웃계약, 하이브 “주관사에 알렸다”·주관사 “법적 문제 없었다”
애초에 방 의장과 하이브 측이 증권신고서에 관련 내용을 기재했다면 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방 의장과 하이브 측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하이브는 상장 절차 진행 과정에서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이들 PEF와의 주주간 계약 서류들을 빠짐없이 제출했다는 것이다. 만약 방의장이 처음부터 이익을 노리고 상장에 나섰다면 상장주관사에 주주간 계약의 존재를 공개할 이유도 없었다는 반론이다. 또한 국내외 대형 로펌에도 주주간계약을 포함한 상장 관련 자문을 구했고 해당 내역에 대해선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
하이브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와 법률자문사 4곳 모두 ‘특정 주주간 계약이어서 일반 주주에겐 어떠한 재산상 손해가 없다’는 의견을 내면서 증권신고서에 기재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표 상장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시 방 의장과 PEF간 거래는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거래의 적법성이나 소액주주 등 투자자보호 관점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법무법인의 의견을 반영했다”면서 “주주간 계약은 사적 계약이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판단해 기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의견도 비슷하다. 한 투자 전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주가조작은 △허위사실 유포 △풍문조작 △통정-가장매매 △시세 인위적 고정 △미공개정보이용 등으로 시장을 속여 가격을 왜곡시키는 행위”라며 “방 의장의 경우 직접 주식을 팔거나 매수 허위공시한 바가 없어 주가조작 혐의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하이브 별도 제재 안해…기업실사 점검표 손질
한국거래소에서는 지난해 연말 관련 논란이 일자 상장 심사 서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무엇보다 하이브에 별도 제재는 취하지 않았다. 이는 거래소가 하이브가 상장 당시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중론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상장예비심사 신청 시 상장주선인이 거래소에 제출하는 기업 실사 점검표를 개정했다. 개정 점검표에서 주주간 계약 존재하는 경우 △계약서 상 경영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소액 투자자 보호에 문제 소지가 있는지 △전문투자자의 구주매출과 관련해 주주간 계약서상 소액투자자 보호 관련 문제 소지가 있는지 △주주간 계약서 등을 통해 최대주주 등이 실질적으로 주식을 양도하는 행위가 발견됐는지 등을 점검토록 했다.
상장심사 과정에서 주주간 계약 내용 제출은 의무 사항이 아니었던 종전과 달리 하이브 IPO 논란 이후 관련 절차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발언 이후 기관들이 앞 다퉈 실적을 내기 위해 방 의장과 하이브를 ‘1호 패가망신 케이스’로 삼으려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찰이 사건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과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두고 수차례 갈등을 빚었고 와중에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 검찰고발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면서 “하나의 사건을 두고 경찰과 금감원이 수사 경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