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의 수출이 조선, 자동차, 항공우주, 방산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한국은행 경남본부(본부장 김정훈)는 8일 발표한 ‘최근 경남지역 수출과 소비 간 연계성 약화의 주요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경남의 수출 증가가 기업 성과를 거쳐 근로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호황’, 소비는 ‘침체’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의 수출은 2023년 이후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 의존도가 줄고 자동차·항공우주·방산의 비중이 커지는 등 품목 다변화도 진행됐다. 그러나 소비는 같은 기간 뒷걸음질쳤다.
수출-소비 간 상관계수는 2011~2014년 0.4에서 2020~2024년 -0.4로 떨어졌다. 이는 과거에는 수출이 늘면 소비도 증가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기업 성과는 개선…하지만 근로소득은 제자리
수출 증가가 기업 매출 개선으로 이어지는 1단계 경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항공우주·방산업체의 매출총이익 기여도는 2010년 0.7%포인트에서 최근 9.2%포인트로 뛰었다. 대기업의 성과 기여도 역시 27%대를 기록하며 확대됐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기업 성과가 근로소득으로 연결되는 효과는 현저히 약화됐다. 2020~2023년 경남의 실질 근로소득 증가율은 평균 -0.3%로 오히려 역성장했다. 전국 평균 대비 근로소득 수준도 2011~2019년 91.9%에서 최근 78.7%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대기업의 자동화 확대 △고임금 전문인력의 외부 유출 △중소기업 인력수급 불안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근로자의 고령화(조선업 평균연령 43세→45.5세), 외국인 근로자 비중 확대(2.5%→3.4%), 비정규직 증가(32.4%→38.0%)도 소득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근로소득-소비 연결도 끊겨
근로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최종 단계 역시 약화됐다. 2023~2024년 경남의 소비 증가율은 평균 -1.8%로 근로소득 증가율(-0.7%)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우선 소비의 역외 유출이 크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지출하는 비중이 늘면서 지역 내 소비가 위축됐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 여력을 줄였다. 여기에 고령층과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 증가로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이 91.6%(2010~2019년)에서 89.1%(2020~2024년)로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양질의 일자리·중소기업 성장·외국인 소비 촉진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수출과 소비의 연결 고리를 복원하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R&D·설계 분야를 확대하고 항공·선박 MRO(유지·보수·정비)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교류·협력을 확대하고 판로 개척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직접 수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소비 촉진으로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소비가 도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늘어도 고용·소득·소비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역 내수는 침체되고 성장의 과실이 도민에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경남 경제가 수출 호황에만 기댈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 관계자는 "주력 산업 중심의 성장 구조를 유지하되 그 성과가 가계로 흘러들어가는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며 "내수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수출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