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조5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는 기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올해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비율도 금융당국 권고치를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은행 측은 위험에 대응할 충분한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6월 말 총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은 1.37%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0.03%포인트(p) 올랐다. 부실채권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산업은행(0.60%), 수출입은행(0.91%)은 1% 이하 비율을, 시중은행인 신한(0.33%), 우리(0.32%), 하나(0.35%), 국민(0.35%) 등은 0.3%대 비율을 보였다.
부실채권 증가와 함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급감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잔액의 비율로, 은행이나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기업은행의 6월 말 대손충당금 비율은 105.7%로 지난해 말 114.0%에서 8.3%p 하락했다. 시중은행(162.7%) 및 특수은행(171.0%) 평균 비율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당국 권고치인 100%를 간신히 상회했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 증가는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영향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2%로 역성장했으며, 2분기도 0.7%로 0%대에 머물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내수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국내 경제상황이 악화해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하고 덩달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은 설립 취지에 따라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더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4일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발맞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일명 ‘소상공인 더드림(The Dream) 패키지’를 통해 △창업지원(2조원) △성장지원(2조5000억원) △위기극복지원(1조원) △골목상권활력대출(1조원) △가산금리 상승분 특별감면 프로그램(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을 위해 총 7조5000억원의 지원에 나서는 것.
내수부진, 고물가 등 복합위기를 겪는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 해소 및 성장을 위해 지원을 확대한다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앞으로도 소상공인 위기극복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기업은행은 부실채권 증가 등 건전성 문제에 대해 위험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자본이 축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6월 말 BIS(자기자본) 기준 총자본비율은 15.03%이다. 규제자본비율 11.5% 대비 3.53%의 자본을 더 확보하고 있어 자본 적정성에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상환능력 및 영업활동을 고려하여 선별적으로 대출 등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지원을 확대해도 기업은행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으로 법상 정부 손실보전 조항이 있는 만큼 건전성과 지원의 균형점을 맞춰나가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자본 적정성을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보통주자본비율을 보면 6월 말 기준 11.73%로 국내 20개 은행 평균 14.90%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