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서정적인 색채로 ‘코발트 블루의 화가’라 불린 전혁림 화백은 평생 고향 통영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5년 제정된 전혁림미술상은 중견 작가를 조명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았고 전혁림예술제는 오늘날 통영을 대표하는 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전혁림미술상의 영예는 목탄 회화로 독자적 세계를 구축한 이재삼 작가에게 돌아갔다. 그는 ‘검묵’이라 불리는 목탄으로 소나무, 폭포 등을 장대한 스케일로 구현하며,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11회 전혁림예술제는 시상식과 함께 다채로운 전시가 이어진다. 9월12일부터 21일까지는 지난해 수상자 하태임 작가의 초대전 ‘컬러밴드’를 통해 색채가 선율처럼 흐르는 추상 회화를 선보인다.
이어 9월23일부터 10월1일까지는 청년작가 이진숙·이승희의 ‘푸른 기억의 조각들’을 통해 전혁림이 사랑한 푸른 바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예술의 물결은 스크린으로도 이어진다.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3회 통영영화제는 불과 3년 만에 독립영화의 새로운 무대로 부상했다.

올해 경쟁부문에는 역대 최다인 712편이 접수됐다. 첫해 441편, 지난해 607편을 넘어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통영이 ‘독립영화의 새로운 무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세 차례 심사를 거쳐 본선 진출작 12편이 확정돼, T-그린(가족·여행 ·환경), T-블루(로컬·바다), T-레드(예술·예술인) 세 섹션으로 나뉘어 감독의 독창적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개막식은 27일 저녁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열린다. 배우 서지석과 홍수아의 사회로 개막작 상영과 축하 공연이 이어지며 항구의 야경과 어우러진 무대는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날부터 본선작 상영과 관객 투표가 진행되고, 마지막 날에는 시상식이 열린다.

통영의 예술은 축제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트위크는 로컬스티치, 옻칠미술관, 전혁림미술관 등 문화 공간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예 작품이 전시된다. 뮤직웨이브는 매주 토요일 강구안 해상무대에서 국악, 포크, 밴드, EDM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며 항구를 공연장으로 바꾼다.
이처럼 통영의 예술은 도심 곳곳에서 일상으로 스며든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문화의 숨결은 축제와 일상이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을 완성하며, 통영을 찾은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시민들에게 일상 속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9월 통영은 도시 전체가 문화예술로 물드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오셔서 통영의 매력을 마음껏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