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돼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절반 이상이 무비자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활용해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와 미 조지아주에서 구금된 현대엔지니어링·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근로자 317명 중 절반 이상인 170명이 ESTA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B1·B2(관광) 비자는 146명, EAD(취업 허가) 비자는 1명이었다.
회사별로는 공장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협력사 직원 158명이 체포·구금됐다. 이들 중 한국인 직원은 67명이었으며, ESTA 비자 보유자가 60명, B1·B2 비자 보유자가 6명, EAD 비자 보유자가 1명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금된 본사 한국인 직원 46명 중 24명이 ESTA를 갖고 있었다. B1·B2 비자를 보유한 직원은 22명이었다. 협력사 직원 204명 중 86명은 ESTA, 118명은 B1·B2 비자를 보유했다.
이번 단속에서 체포·구금된 근로자들 대다수가 노동할 수 없는 ESTA 비자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미국에 지사가 없는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은 주재원 비자(L1 등)를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편법’을 쓰게 된 것이라고 한 의원 측은 지적했다.
한정애 의원은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미 당국 단속으로 최소 2~3개월은 공장 건설이 지연될 전망”이라며 “미국의 비자 제도가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확대돼 가는 현실을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새 비자를 만들거나 별도 쿼터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외교부는 미국과 조속히 협의해 B1 비자를 소지한 기술자의 공장 구축 활동 보장 및 공장 건설을 위한 출장 시 유연한 B1 비자 발급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