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반복된 국립대병원 파업…해법은 ‘관리부처 이관’?

10년 넘게 반복된 국립대병원 파업…해법은 ‘관리부처 이관’?

총정원제와 독립채산제, 임금인상·인력 충원 불발 원인
“관리부처 이관이 제도 개선의 시작점”

기사승인 2025-09-16 06:00:28
서울대병원 본관 벽에 붙은 노조 파업 안내문. 이찬종 기자

국립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오는 17일 공동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병원 노사갈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의료연대본부 산하 4개 국립대병원(서울대학교병원, 강원대학교병원, 충북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병원) 노조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틀 뒤에 21년 만의 최대 규모 공동파업을 예고했다. 

국립대병원 노조는 교섭에서 △중증도 연계한 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임금체계 개편 △병원의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했지만, 병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의료 대란 이후 병원 근무 환경이 더 나빠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충원과 임금인상을 요구했다”며 “국립대병원이 병원 수익보다 병원의 공공성과 구성원 처우개선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공동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노조의 파업 예고는 올해 처음이 아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2013년부터, 경북대병원 노조는 2014년부터 매년 파업을 이어왔다. 10년 넘게 파업이 반복된 배경에는 임금인상과 인력확충 등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 제도적 한계로 번번이 외면받은 현실이 있다. 

병원계는 국립대병원이 독립채산제로 인한 경영 압박과 총정원제로 인건비를 자유롭게 늘리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는 점을 노사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립대병원은 1991년 교육부 소속 공공기관에서 독립채산제 특수법인으로 전환됐다. 이후 사립대병원과 의료수익을 놓고 경쟁해야 하면서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 수익 강화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경영 실적 압박을 키워 국립대병원이 공공성 강화와 구성원 처우개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병원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정한 인상률 상한 내에서 인건비 총액을 책정해야 하는 총인건비 제도에 묶여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흉부외과·소아과 등 의사 인력이 부족한 전문과에 인건비가 집중되면서 다른 직군의 처우 개선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국립대병원들은 정원과 임금 총액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며 “지방 국립대병원일수록 경영이 더 힘들어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립대병원 노사갈등을 근본적으로 풀기 위한 대책으로 국립대병원 관리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꼽힌다.

노조는 공공병원 간 인력·교육·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립대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관리부처 이관에 찬성하고 있다. 병원도 연구 지원 약화를 우려해 반대했으나, 경영 자율성 강화 등의 이점을 기대하며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국립대병원 소속 한 교수는 “관리부처 이관과 관련해 일부 교수들이 연구비 지원 축소를 우려해 반대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복지부 산하에서 병원이 더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대병원이 처한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며, 주무부처 이관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립대병원 노사는 공동파업이 예고된 17일까지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물밑 교섭이 잘 이뤄지고 있어 우려하는 대규모 파업으로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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