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와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공동연구팀이 유전자를 켜고 끄는 것이 가능한 이중모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자를 끄는 기능(CRISPRi)은 박테리아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했지만, 켜는 기능(CRISPRa)은 제한적이어서 정밀한 대사경로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다.
효율적인 바이오 생산을 위해서는 표적물질 생산에 필요한 유전자는 활성화하고 경쟁 대사경로 유전자는 억제하는 ‘동시조절’이 필수로, 기존 기술로는 이를 한 시스템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다.
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이주영 교수와 화학연 노명현 박사팀이 대장균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동시에 켜고 끄는 것이 가능한 이중모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시스템을 개발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21세기 생명공학의 가장 혁신적인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합성생물학의 기반이 되는 박테리아는 구조가 단순하고 빠르게 증식하면서도 다양한 유용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때문에 박테리아에서의 유전자 활성화는 ‘미생물공장’을 설계하는 핵심 기술로, 산업적 가치가 매우 크다.
합성생물학의 핵심은 생명체의 유전자 회로를 프로그래밍 하듯 설계해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치 전자회로에서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다른 유전자는 억제해 대사경로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중모드 유전자 가위는 바로 이러한 정밀한 유전자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다.
기존 유전자가위는 주로 끄기(억제) 기능이 특화돼 유전자 발현을 막는 데는 뛰어났지만, 반대로 유전자를 켜는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또 CRISPR가 작동하려면 특정 DNA 인식서열(PAM)이 필요한데, 기존 시스템은 PAM 인식 범위가 좁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 폭이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진핵세포에서는 CRISPR 기반 활성화 CRISPRa가 어느 정도 발전했지만, 박테리아에서는 내부 전사조절 메커니즘 차이로 유전자 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고자 표적을 확장해 더 많은 유전자에 접근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대장균 단백질을 활용해 유전자 활성화 성능을 대폭 높였다.
그 결과 기존 끄는 것 위주의 유전자가위가 성능이 켜기와 끄기를 동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의 성능검증 결과 유전자를 켜는 실험은 발현량이 최대 4.9배 증가했고, 끄는 실험은 83%까지 억제했다.
특히 두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를 동시 조절에 성공했다.
이 결과 한 유전자는 8.6배 활성화하는 동시에 다른 유전자는 90% 억제했다.
실제 연구팀은 항암효과를 가진 ‘바이올라세인’ 생산량 늘리기 위해 대장균의 모든 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실험에서 바이올라세인 생산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들을 찾아냈다.
그 결과 단백질 생산을 돕는 유전자 ‘rluC’를 켜면 2.9배, 세포를 분열하고 나누는 유전자 ‘ftsA’를 끄면 생산량이 3배 늘었다.
또 두 유전자를 동시 조절했을 때는 더욱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생산량이 3.7배 증가했다.

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가위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합성생물학 분야의 새로운 도구를 제공, 바이오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 바이오화학물질, 바이오연료 생산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바이오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을 결합해 미생물 생산 플랫폼 효율을 크게 높인 성과”라며 “하나의 시스템으로 복잡한 유전자 네트워크를 제어할 수 있어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연구소 문수영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수행했고, 연구결과는 지난달 21일 국제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에 게재됐다.
(논문명: Dual-mode CRISPRa/i for genome-scale metabolic rewiring in Escherichia coli ※DOI: 10.1093/nar/gkaf818 /저자 정보 : 문수영(KAIST, 제1 저자), 김미리(한국화학연구원), 안난영(KAIST), 노명현(한국화학연구원, 교신저자), 이주영(KAIST, 교신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