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의 기술이 적용된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알테오젠이 향후 연간 1조원 이상의 로열티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FDA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피하주사(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를 승인했다. 키트루다는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식도암, 삼중음성유방암 등 다양한 고형암을 대상으로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다. 국내에선 18개 암종, 34개 적응증을 승인받아 면역항암제 중 최다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글로벌 매출 약 42조원으로 전 세계 항암제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키트루다 큐렉스는 알테오젠의 SC 제형 전환 플랫폼 ‘ALT-B4’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제품이다. ALT-B4는 알테오젠이 독자 개발한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 기반의 피하주사 제형 전환 플랫폼이다. 히알루로니다제는 체내 조직 사이에 있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해 약물이 피하조직을 통해 빠르게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키트루다 큐렉스의 최대 장점은 기존 정맥주사(IV) 방식으로만 투여 가능했던 대용량 항체의약품을 피하주사로 바꿔 투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키트루다 큐렉스는 기존 30분 이상 걸리던 투여 시간을 3주 1회 투여 시 1분, 6주 1회 투여 시 2분으로 단축했다. 또 여러 세팅이 필요한 정맥주사에 비해 간편해 가까운 의원급 병원에서도 투약 가능하다.
머크는 2020년 6월 알테오젠과 ALT-B4 기술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24년 2월 독점 계약으로 전환했다. 머크는 이번 FDA 승인을 계기로 키트루다SC의 글로벌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키트루다 큐렉스의 FDA 승인을 기점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제형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알테오젠이 머크로부터 받게 될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과 로열티 수익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일스톤으로만 최대 1조4000억원, 연간 로열티로는 매출의 2~5%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데일리 신한생각’ 보고서에서 “이번 3분기 중 FDA 승인에 따른 수백억원의 마일스톤 인식 공시도 예상된다”며 “첫 판매 마일스톤은 알테오젠의 4분기 실적에 인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 연구위원은 “키트루다 큐렉스 투여 시간은 1~2분으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옵디보SC’ 5분, 로슈의 ‘티쎈트릭’ 7분 대비 가장 빠르다”며 “티쎈트릭SC는 7분이 걸림에도 영국 출시 9개월 만에 32%가 SC 전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어 “키트루다 큐렉스의 미국 출시는 9월 말이고, 유럽 약물사용 자문위원회(CHMP)에서 승인 권고를 발표하며 유럽에서 4분기 승인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