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합종연횡 속도, 쿠팡 독주 잡을까…“경쟁 양상 장기전 전망”

유통가 합종연횡 속도, 쿠팡 독주 잡을까…“경쟁 양상 장기전 전망”

컬리N마트, 네이버 트래픽에 컬리 신선식품 소싱 결합
G마켓-알리 합작, 글로벌 플랫폼 확장…기술력 시너지
쿠팡, 신사업 성장 가시화…“이커머스 경쟁 양상 지켜봐야”

기사승인 2025-09-22 17:32:32 업데이트 2025-09-22 17:32:59
김슬아 컬리 대표가 지난 9일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 with 컬리’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이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컬리, 신세계 G마켓·알리익스프레스 등 유통업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각사의 강점을 한데 묶어 쿠팡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쿠팡도 로켓배송과 멤버십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가며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만큼, 이러한 연대 행보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가 ‘반(反)쿠팡연대’가 잇따라 구축되고 있다. 컬리는 이달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열었다. 이번 협업으로 컬리는 네이버의 4000만 이용자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네이버는 신선식품 소싱과 PB상품, 새벽배송 인프라에 강점이 있는 컬리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컬리와 네이버는 지난 4월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협업을 이어왔다. 컬리N마트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첫 화면 상단에 고정 배치됐으며, 세부 페이지는 컬리 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경험(UX)을 최대한 구현했다.

식품·뷰티 중심의 ‘이커머스 백화점’을 지향해온 컬리는 이번 컬리N마트를 통해 생활 밀착형 상품군을 대거 보강했다. 신규로 확보한 5000여 종의 상품을 통해 4인 이상 가구, 대용량·가성비 수요까지 겨냥해 장보기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소비자는 컬리 앱과 동일하게 밤 11시 이전 주문 시 다음 날 아침 ‘샛별배송’을 받을 수 있다. 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컬리멤버스 코어 옵션과 동일하게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혜택을 누린다. 

신세계 자회사 G마켓도 알리바바 산하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잡고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출자 비율은 5대 5로,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와 3000억원을, 신세계는 G마켓 지분 전부를 출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이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으며,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두 회사가 소비자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달았다.

다만 이들 동맹에는 작은 차이가 있다. 컬리N마트(컬리·네이버)가 네이버 스토어 내 별도의 쇼핑 채널로 자리잡아 두 회사가 사실상 하나의 플랫폼처럼 운영되는 반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기존처럼 각자 독립된 플랫폼을 유지한다.

신세계는 이번 결합을 통해 2021년 3조4400억원에 인수한 G마켓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운영사 알리바바의 정보기술 인프라를 활용한 UI·UX 개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적자 누적이 1000억원에 달하는 G마켓 입장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세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진출해 있는 200여 개 국가의 글로벌 유통망을 기반으로 G마켓의 판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국내 진출 이후 걸림돌로 작용했던 초저가 이미지, 해외직구 특성에서 비롯된 품질·배송 신뢰도 문제를 국내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커머스 판도 달라진다…쿠팡 견제 효과는 “지켜봐야”

이 같은 유통가 연대 행보는 각사의 부족한 역량을 서로 보완해 시너지를 내려는 연합 구조로 확장하고 있다. 컬리N마트는 네이버의 압도적인 트래픽과 컬리의 신선식품 소싱 역량이 결합한 사례이며,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법인 역시 오랜 기간 국내 대표 이커머스로 운영된 G마켓의 셀러 기반에 알리의 기술력과 글로벌 플랫폼을 덧붙였다.

목적은 결국 쿠팡 독주 저지에 있다. 쿠팡은 자체 물류망과 빠른 배송 역량을 무기로 소비자 경험을 단일 플랫폼 안에서 완성시키며 ‘록인 효과(잠금 효과)’를 대폭 강화해가고 있다.

또, 이들 연대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이커머스·물류 시장에서 단독 투자 부담을 줄이고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 2010년 설립 이후 오랜 기간 적자를 감수하다가 2023년에야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그 과정을 통해 로켓배송을 앞세워 1500만명 이상의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소비자 편의성 확대와 선택지 다변화에는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쿠팡처럼 물류·배송 외 신사업까지 아우르는 통합 구조에 맞서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쿠팡은 올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하며 외형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로켓배송으로 다져온 국내 이커머스 경쟁력을 넘어 대만 로켓배송의 고성장,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 명품 플랫폼 ‘파페치’, 간편결제 ‘쿠페이’ 등 성장 사업 부문에서의 확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쿠팡이 향후 더욱 몸집을 불리고 미래 성장성을 선점하면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파급력을 연대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체들의 연대 모델은 각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만큼 소비자들의 장보기 편의를 높이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구도를 다양하게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쿠팡처럼 자본력이 순환하는 구조를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구조적 경쟁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쟁 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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