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에 배당을 전면으로 내세운 상장지수펀드(ETF)가 속속들이 데뷔하고 있다. 신정부가 기업들에 배당 확대를 거듭 강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투자업계에서는 배당주에 우호적인 정책 모멘텀이 확대되면서 고배당 ETF 투자가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에 상장된 고배당 ETF는 △SOL 코리아고배당(신한자산운용)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한화자산운용) △KIWOOM 한국고배당&미국AI테크(키움투자자산운용) △KODEX 금융고배당TOP10(삼성자산운용) 등이다.
가장 최근 증시에 입성한 고배당 ETF는 전날 상장한 SOL 코리아고배당이다. 해당 ETF는 예상배당수익률이 높은 20개 종목을 선정한 뒤 감액 배당 실시 기업 및 자사주 매입 수익률이 우수한 기업 10개 종목을 추가해 총 30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에는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기아 △현대차 △신한지주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말 기초지수 기준 예상 배당수익률은 연 6.68%다.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는 코스피에 상장된 우량 기업 가운데 배당수익률과 최근 1년 자사주 매입률을 합산한 총주주환원율 상위 30개 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특히 과거 배당에만 집중됐던 주주환원을 넘어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가 부양까지 투자 성과에 반영하는 전략을 취했다. 분배금은 연 4%대로 매월 중순에 지급하는 월중 배당 성격을 가지고 있다.
KIWOOM 한국고배당&미국AI테크 ETF의 경우 국내 고배당주 TOP15 지수(70%)와 미국 AI테크 TOP10 지수(30%)를 고정 비중으로 결합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 고배당 지수는 5년 연속 꾸준히 배당을 지급하고, 2년 연속 흑자인 기업 가운데 시가배당률이 높은 상위 15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매월 정해진 비율을 통한 리밸런싱으로 미국 AI 테크주 상승분을 국내 고배당주 매입에 활용해 배당금 규모를 확대하는 구조적 배당 성장을 추구한다.
KODEX 금융고배당TOP10 ETF는 금융지주사, 은행, 증권사 중 고배당 성향이 뚜렷한 금융주 10개 종목에 선별적으로 투자한다. 연평균 기대 배당수익률은 6% 수준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에 배당주 ETF 매력↑
운용사들이 배당주 ETF 출시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배당주 투자 매력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인색한 배당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중국보다 배당을 안 하는 국내 상황을 지적하면서 “다른 나라는 우량주 사서 중간배당 받고 이를 통해 생활비도 하고, 내수에 도움이 되고, 경제 선순환에 도움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배당을 안 한다”며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할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말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을 35%(지방소득세 포함 38.5%)로 조정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세법상 2000만원 이상 배당소득은 종합과세 적용 대상으로 지방세를 포함해 최고 49.5% 세율을 적용한다.
여기에 더해 분리과세 최고 세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당주에 호재 요인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배당소득 분리과세율을 35%로 결정했지만 국회와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고배당 기업과 배당 확대 기업에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정했다. 최고세율이 35%에서 25% 수준으로 내려갈 경우 투자자는 투자 규모에 비례해 수익률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위원회 심사 과정에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정책 모멘텀에 힘입어 고배당 ETF가 각광받을 것으로 진단한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고배당 ETF는 연초 대비 약 2조2500억원이 순유입됐다”라며 “최근 반도체 등 메인 섹터 반등에 따라 상대지수가 다소 제한적으로 보였던 구간에서도 동반 상승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정부가 추진 중인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며 “추가로 논의되고 있는 분리과세 관련 최고세율 인하 기대감도 부상하면서 고배당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