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부산 필수 코스’…올리브영, K뷰티 성지가 된 이유 [현장+]

외국인 관광객 ‘부산 필수 코스’…올리브영, K뷰티 성지가 된 이유 [현장+]

부산대역점 출점 17년, 서면·해운대 거점으로 성장
체험형 매장·지역 특화 상품 앞세워 관광 콘텐츠 역할

기사승인 2025-09-25 06:00:16
올리브영 부산전포역점 내부 모습. 심하연 기자

해운대·서면·남포동을 잇는 부산 도심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 중 하나는 이제 올리브영이다. 단순한 화장품 매장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K뷰티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24일 오후 부산 서면. 중앙대로를 걷다 보니 초록빛 올리브영 간판이 연달아 눈에 들어왔다.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매장 내부에서는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가 뒤섞여 들려왔다.

이날 매장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장메이(32·여)씨는 “면세점 화장품 코너보다 훨씬 많은 브랜드가 모여 있고, 세금 환급 절차도 바로 돼서 편리하다”며 “화장품뿐 아니라 기념품을 사기에도 좋아 꼭 들르게 된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이 비수도권 첫 매장인 ‘부산대역점’을 연 지 17년이 됐다. 부산대역점은 2008년 부산에 처음 진출한 이후 서면, 남포동, 해운대 등 주요 상권에 안착하며 지역 대표 매장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늘면서 글로벌 K뷰티 플랫폼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올리브영 부산전포역점에서 피부 타입 진단을 받아 본 외국인 관광객들. 심하연 기자

부산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부산을 찾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만346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올리브영 역시 같은 흐름을 타고 성장했다. 부산 지역 외국인 구매 건수는 2022년 1만9439건에서 2023년 25만3294건으로 1200% 늘었고, 지난해에는 78만633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이미 75만8385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실적을 뛰어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부산의 상권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던 시기, 올리브영은 부산대 상권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후 남포동, 서면, 해운대에 잇달아 출점하며 ‘올세권’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서면 1번가 골목으로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상권 한가운데 여전히 북적이는 올리브영 매장이 눈에 띈다. 2008년 개점 이후 18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 매장은 경기 침체와 팬데믹에도 꿋꿋이 상권의 수요를 떠받쳐왔다. 바로 옆 서면 타운점은 세 차례 리뉴얼을 거쳐 여전히 거점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부산 전역에 85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이 중 19곳을 외국인 고객이 많은 '글로벌 관광 상권'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한다.

장주현 올리브영 경남리테일팀 과장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부산 85개 매장 정직원의 95%가 부산 출신으로, 청년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며 “단순 매장을 넘어 지역 청년과 상권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에 위치한 올리브영 매장엔 점장급 직원의 다수가 90년대생이다. 또 2000년대 생 직원도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올리브영은 이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 과정을 마련해 외국인 고객 응대 수준을 높이고 있다.

부산 올리브영 매장들은 지역 특화 요소도 강화하고 있다. 해운대 엘시티점은 바닷가 풍경을 담은 디자인과 테라스를 갖춰 관광객 발길을 끄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해운대에만 있는 건강 간식 PB 브랜드 '딜라이트 프로젝트' 매장은 올리브영의 또 다른 이색 체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딜라이트 프로젝트 해운대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시식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딜라이트 프로젝트는 씨앗호떡, 달고나, 빨미까레 선물 세트 같은 지역 한정 상품을 직접 시식할 수 있다. 소포장으로 준비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구매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인 관광객 다나카 마유(27)씨는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려고 소포장 제품을 골랐다”며 “직접 시식한 것 중 맛있던 걸 구매했고, 굿즈도 귀여운 게 많아 선물하기에 딱 좋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광객이 ‘현지인처럼 여행하기’를 원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올리브영 매장은 쇼핑과 기념품 소비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공간이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을 K뷰티 플랫폼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단순 유통을 넘어 관광, 청년, 지역 경제와 연계된 구조가 부산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외국인 방문이 예상됨에 따라 쇼핑 편의성 제고, 체험형 콘텐츠 강화 등을 통해 고객 맞을 채비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K뷰티가 K관광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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