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정부는 고령층 재취업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개편이나 ‘고령인력 활용을 위한 사업주 가이드북’ 제작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고령노동자는 사고·질병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편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고령자 근로환경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고령노동자 사고와 질병은 개인의 부주의나 신체적 한계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내몰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 일자리 질은 젊은 세대에 비해 확연히 떨어졌다. 30대의 상용직 비율은 75.4%였지만 60~64세는 41.2%, 65세 이상은 20.6%에 불과했다. 반대로 임시·일용직 비율은 30대 11.5%에서 60~64세 26.9%, 65세 이상 42.3%로 크게 뛰었다. 비정규직 비율도 50대 35.3%, 60대 63.4%, 70세 이상 91%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높아졌다. 단순노무 종사자 비율 역시 50대 17.3%, 60대 37.6%, 70대 76.5%로 급증했다.

지은정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주된 일자리를 퇴직한 고령자는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으로 내몰리면서 소득과 고용이 모두 불안정하다”며 “단순노무를 제외한 집단에서도 55세 이상 근로자의 산업재해율은 55세 미만보다 높지만 사업장에서 고령자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령자 고용정책은 미흡한 상태다. 고령자 노동환경 개선이 아닌, 임금체계 개편 등을 중심으로 한 제도 정비에 그쳐서다. 정부 주도로 ‘고령인력 활용을 위한 사업주 가이드북’ 등이 마련됐지만, 고령자 노동환경 제고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맞춤형·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대책으로는 △작업환경 조정 △제한된 사회적 상호작용 개선 △반차별 정책 및 연금 제도 마련 △안전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이 꼽혔다.
지 부연구위원은 “유럽은 고령자 고용률 제고에서 나아가 ‘안전한 근로환경’ 마련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며 “영세기업이 고령자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어려운 경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령자가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건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생계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며 “노동환경 개선은 고령자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