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오후 2시40분 제주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변에서 유괴를 시도한 3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초등학생 B양에게 구경거리를 보여준다며 “아르바이트를 하겠느냐”고 유인해 차에 태우려 했다. 이 과정에서 B양이 거부하며 차량 번호를 확인하려 하자 A씨는 즉시 달아났다. B양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3시간 만에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추행 등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성년자 대상 약취·유인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년간 아동 유괴 재범률은 평균 4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피의자 구속률은 5.2%에 그쳤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으로 안전 장비를 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대처를 넘어 범죄 억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3년 4년 동안 13세 미만 아동 유괴 범죄로 검거된 범죄자 중 벌금형 이상 전과가 있는 비율은 평균 41.2%였다. 동종재범률도 평균 7%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37.7%(동종재범 4.9%) △2021년 34.7%(동종재범 8%) △2022년 50.6%(동종재범 9.6%) △2023년 41.9%(동종재범 5.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19세 미만 미성년자 약취·유인(미수 포함) 피의자 구속 비율은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3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검거된 196명 중 구속된 피의자는 6명(3%)뿐이었다. 이어 △2021년 230명 중 15명(6.5%) △2022년 257명 중 12명(4.7%) △2023년 312명 중 20명(6.4%)으로 나타났다. 4년간 평균 구속률은 5.2%로 동종재범률 평균(7%)보다도 낮았다. 지난해 또한 294명이 검거됐지만, 구속자는 10명(3.4%)에 그쳤다.
이에 반해 범죄 발생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미성년자 약취·유인(미수 포함) 사건은 2020년 160건에서 2021년 193건, 2022년 222건, 2023년 260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잠정 집계만으로도 173건이 발생해, 이미 2020년 한 해 발생 건수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내년부터 시내 모든 초등학생 총 36만명에게 ‘초등안심벨’을 무상 보급하기로 했다. 초등안심벨은 가방에 달아 휴대할 수 있는 장치로, 긴급 상황 시 버튼을 누르면 100㏈ 이상의 경고음이 울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동작구도 ‘안전 하교 시스템’을 운영하며 등하교 안전 지원단, 스쿨존 감시단 등을 통해 범죄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장비 보급을 넘어 재범 억제를 위한 형사 정책 개선과 아동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집행유예 등 처벌 자체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범죄자 교화와 엄벌주의를 통한 범죄 억제 두 가지 모두 작동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며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정상화하는 등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초등안심벨 등 안전 장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아이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며 “정기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보호자 동행하에 등하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