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을버스 환승제 탈퇴 예고…시민들 ‘부담 가중’ 우려

서울 마을버스 환승제 탈퇴 예고…시민들 ‘부담 가중’ 우려

공공성 띤 민간사업이지만 “수익보다 지출 많아”
서울시장 긴급 면담·합의문 발송에도 평행선

기사승인 2025-10-01 06:00:16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길에서 종로08번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노유지 기자

“비용 부담은 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죠. 오랫동안 이용해 온 대중교통인걸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길. 종로08번에 올라탄 김대원(60대·남)씨는 “탑승 요금이 올라도 마을버스는 계속 타고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점인 명륜3가에서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로는 김씨가 출퇴근 때마다 거쳐 가야 하는 구간이다. 그는 “종로08번을 빼면 언덕길을 직접 오르내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노선을 운영 중인 이승재 와룡운수 대표는 “지난 1999년 마을버스를 운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혜화동 로터리부터는 나이 불문 모두가 걸어 올라가야 하는 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같은 업계 대표들도 일인다역을 소화하고 있다”며 “수익이 생겨도 지출률이 높으니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루 평균 승객이 4000명 줄면서 10억원이 넘는 부채가 쌓였지만, 배차 간격을 줄이지 않고 차량 정비까지 직접 도맡아 월 1500만원 넘는 비용을 아꼈다는 것이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길에서 종로08번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노유지 기자

140개 업체가 소속된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달 22일 대중교통 환승 제도 탈퇴를 예고했다. 김용승 조합 이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환승 손실액은 매년 평균 1000억원이 발생했고, 그간 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며 “환승객이 많을수록 마을버스는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모순된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서울시에 △대중교통 환승 합의서상 운임정산 규정 변경 및 정산 △환승 손실액 보전 규정 신설 △물가·임금 인상률을 반영한 운송원가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2004년 7월1일 서울시와 체결한 대중교통환승합의서에 따라 환승객 1인당 평균 600원 정도만 정산받으면서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며 “해당 합의서를 해지하고 정상적인 신고 요금(1200원)으로 되돌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는 시민 피해를 우려했다. 시 관계자는 “마을버스가 환승제에서 이탈하면 시민들은 환승을 할 때마다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며 “교통약자와 저소득층 피해도 큰 데다, 중소 운수사 또한 운송 수익 감소·보조금 중단으로 운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객자동차법상 운임 변경은 시의 사전 수리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합의 일방 탈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운행 중인 종로08번 마을버스에 한 시민이 탑승해 있다. 노유지 기자

실제 이용자들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김금자(70대·여)씨는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은 다들 버스를 애용한다”며 “당장 환승제 탈퇴로 요금이 오르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70대·남)는 “집으로 가려면 버스를 꼭 타야 하는데 내야 할 액수가 커지면 고민스러워질 것 같다”고 했다.

시는 조합의 강경 입장에 법적 대응을 시사하면서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합과 긴급 면담을 가졌지만, 조합 측은 “아무런 성과가 없다. (조합의 요구안에 대해) 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시민의 발인 마을버스는 생활편의에 중요한 교통수단이므로 극단적 주장보다는 다양한 방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자”며 “체계적 운영 시스템 구축과 준공영제 도입 등 개선 방안을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오후 조합 소속 업체 대표들에게 합의문을 문자로 발송했다. 합의문에는 재정지원 기준액을 약 49만9000원으로 인상하고 전기버스를 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조합은 “일방적인 합의”라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