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사흘 앞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 대기 장소에 대법원 등 피감기관 직원들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붙여 둔 종이에 기관명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이후 주말이 지나며 본격적인 국정감사 시즌이 개막한다. 대법원과 검찰, 법무부 등 주요 사법기관이 여권의 집중 타깃이 되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과 핵심 법관들의 출석 여부가 법조계 안팎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은 새 정부 첫 국감에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법조계를 압박할 방침이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3일 대법원을 시작으로 법무부, 헌법재판소, 법제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대검찰청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각 기관의 현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첫날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국감으로 포문을 연다. 여권은 지난달 30일 ‘조희대·한덕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청문회를 추진했지만, 조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그러나 증인 채택에 이어 대법원 현장 국감을 독자적으로 의결하며, 이번 국감에서도 사법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조희대·한덕수 대선 개입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직전, 대법원 내부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단이나 논의가 있었다는 여권의 주장에서 비롯됐다. 여권은 당시 조 대법원장(당시 대법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관련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거나, 선거 일정과 맞물린 결정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권은 이를 “사법부의 정치 개입”으로 규정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국회 청문회에 모두 불참한 사실을 근거로 이번 국감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사상 초유의 사법부 대선 개입으로 삼권분립을 훼손한 의혹의 당사자”라며 “조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대선 개입 의혹의 경위를 소상히 밝히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 발부와 고발 조치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여권의 공세를 ‘사법부 겁박’이라며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자제력을 잃고 대법원장을 불러내 답변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대법원장을 쫓아내겠다는 것”이라며 “헌법 질서를 깨는 무리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과 천 처장의 출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조 대법원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한 만큼 불출석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법조계에선 국회법상 증인 의결이나 동행명령장이 발부돼도 강제 출석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법사위는 또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관련 즉시항고 포기 의혹’을 놓고 검찰과 법원을 향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국감 증인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불응할 경우 여권은 향후 증인 추가 채택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른바 ‘즉시항고 포기 의혹’은 지난 8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검찰이 상급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즉시항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결정에서 비롯됐다. 여권은 당시 검찰 지휘부가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항고를 고의로 포기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 법원과의 교감 또는 외압이 있었는지를 추궁할 계획이다.
지 부장판사를 비롯해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박세현 전 서울고검장의 출석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여권은 심 전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즉시항고 포기 결정에 일정 부분 동조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이달 중순쯤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출범한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 추천방식 개선, 법관 평가제도 개선 등 5가지 안건을 논의해 왔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내년도 대법원 예산 심사까지 예고하며,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감에서 여권의 질의와 사법부 대응이 어떻게 맞물릴지 주목된다”며 “사법부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국회의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이번 국감 결과가 향후 사법개혁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