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인도 시장 진출 28년 만에 현지 법인을 인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인도에서 쌓아온 사업 성과를 본사 성장 재원으로 환류(還流)하는 첫 시도로, 신흥국 중심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인도법인 ‘LG일렉트로닉스 인디아’ 지분 15%(1억181만5859주)를 기관투자가 등에 매각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1조8567억원으로 확정됐으며, 이날부터 인도 증권거래소에서 주식 거래가 시작됐다. 별도의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LG전자는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본사로 유입해 향후 글로벌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공모에 대한 인도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기업공개(IPO) 청약에는 총 4조4300억루피(한화 약 70조8000억원)가 몰려 경쟁률 54대 1을 기록했다.
인도 증권가에서는 “LG 브랜드의 글로벌 신뢰도와 인도 내 성장 잠재력이 결합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LG일렉트로닉스 인디아는 장부가 대비 약 40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해외 법인 가치 재평가에도 성공했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 노이다에 첫 법인을 설립한 이후, 28년간 생산·판매·서비스·연구개발이 가능한 완결형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 주요 가전 제품군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며 ‘프리미엄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현지화 전략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전력 사정이 불안한 인도 환경에 맞춰 정전 시에도 7시간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 모기 퇴치 기능을 갖춘 에어컨, 채식 인구를 위한 냉장·냉동 전환형 냉장고, 인도 전통의상 사리(Saree) 전용 세탁 모드 등 지역 특화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인도 전역에 16개 지역사무소, 777개 브랜드숍, 23개 유통센터, 1만2000여 명의 서비스 엔지니어를 두고 설치·수리까지 직접 관리하며 고객 신뢰를 쌓았다. 노이다와 푸네에 이어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약 6억달러(약 8400억원)를 투자해 세 번째 가전공장도 건설 중이다.
LG전자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인도를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확보한 자금은 생활가전뿐 아니라 전장(車전기·전자장치), 로봇, 인공지능(AI) 가전 등 신성장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