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증 흥망사 딛고…‘얼굴결제’ 대중화 시대 올까 [알기쉬운경제]

생체인증 흥망사 딛고…‘얼굴결제’ 대중화 시대 올까 [알기쉬운경제]

기사승인 2025-10-15 06:00:16
#[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앞글자 딴 새로운 코너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신한은행의 디지털키오스크 손바닥정맥 인식, 우리은행의 ‘홍채인증 ATM’. 신한은행, 우리은행 제공.

눈만 맞추면 돈이 나오는 ATM, 손바닥만 갖다대면 금융거래를 볼 수 있는 키오스크.

불과 몇 년 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 우리 곁 은행 점포에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지문, 홍채, 정맥 등 내 몸이 곧 비밀번호가 되는 생체인증 기술은 ‘금융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한때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신기술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대부분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 야심차게 도입됐던 생체인증 서비스들은 대부분 상용화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은행이 도입했던 ‘홍채인증 ATM’이나 신한은행의 ‘손바닥 정맥인증 디지털 키오스크’ 등이 대표적입니다. 출시 초기엔 카드나 통장 없이도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는 편리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결국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혁신으로 주목받았던 서비스들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저조한 이용률이었습니다. 보안에 대한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감은 덤이었습니다. “비밀번호는 유출되면 바꾸면 그만이지만, 내 홍채나 정맥 정보는 어떻게 바꿀 수 있나”라는 우려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의 혁신성과 별개로, 고객들이 자신의 민감한 생체 정보를 특정 기기에 등록하고 이용하는 데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다”며 “이용률이 저조하다 보니 비싼 기기를 유지·보수할 동력이 떨어져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기술적 편리함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열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비싼 수업료’였던 셈입니다.

‘간편결제 천국’ 중국도 외면받은 ‘얼굴’, 한국은 다를까

과거 홍채와 정맥의 실패를 뒤로하고, 이제 금융권의 생체인증 전쟁은 ‘얼굴’로 옮겨붙었습니다. 지갑이나 스마트폰 없이, 매장 단말기에 얼굴만 인식시키면 결제가 끝나는 ‘페이스페이(Face Pay)’가 그 주인공입니다. 페이스페이는 금융사 앱에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을 3차원(3D)으로 찍어 등록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눈 사이 거리, 코 높이 등 얼굴 곡면의 각 점과 선들을 이은 정보가 암호화된 형태로 저장돼 본인을 인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얼굴지갑’의 미래 역시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가장 가까운 타산지석은 중국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의 ‘스마일 투 페이’입니다. 현금 없는 사회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에서조차 얼굴 인식 결제는 시장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나 보안과 사생활 침해 우려였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한 QR코드 결제 대신, 보안과 사생활 침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얼굴 정보를 등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얼굴을 스캔하는 것이 불쾌하고 못생겨 보인다”는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2020년 신한카드가 얼굴 결제를 상용화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대다수 소비자는 얼굴 정보 제공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페이스페이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역시 극히 제한적입니다.

GS25 도어투성수 매장에서 운영 중인 페이스페이 결제 시스템.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단말기 전쟁’ 나선 토스·네이버페이

이처럼 험난한 길을 빅테크 기업인 토스와 네이버페이가 정면 돌파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과거 실패 요인이었던 단말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단말기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토스는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를 통해 자체 결제 단말기 ‘토스 프론트’를 공격적으로 보급하며 페이스페이 가맹점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네이버페이 역시 올 4분기 자체 단말기 ‘커넥트’를 출시하고 얼굴 인식 결제 서비스 ‘페이스사인’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양사는 단말기 보급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협력 관계였던 단말기 제조사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보 없는 싸움이 시작됐음을 의미합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은행들의 생체인증 실패는 ‘인프라’와 ‘소비자 신뢰’ 두 가지를 모두 놓쳤기 때문”이라며 “토스와 네이버페이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단말기 보급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결국 얼굴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고 신뢰를 얻느냐가 ‘얼굴지갑’ 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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