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은 골목길을 오가며 서울시민의 발이 돼 온 마을버스가 시대 변화에 맞춰 혁신을 꾀하고 있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스스로 주행 가능한 마을버스가 이달부터 동대문·서대문구를 달린다. 전국 최초로 자율주행 마을버스를 선보인 동작구에 이어 두 번째 정식 운행이다.
14일 서울시와 동대문구 등에 따르면,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대문A01’이 이날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다음 날인 15일 ‘서대문A01’도 본격 운행한다. 내년 하반기 유상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해당 기간 사업비는 시가 전액 지원하며, 현재 약 4억2000만원이 투입됐다.
이날 동대문A01에서 만난 양모(39)씨는 “자율주행 마을버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와봤다”며 “자율주행차량이 공공에 도입된 만큼 자가용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버스 전면에는 승객이 운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설치돼 있고, 자율주행 시 알림과 표시가 따로 제공된다. 양씨는 “정말로 손을 떼고 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는데 버스를 타 보니 ‘이 정도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동대문A01은 15인승 전기 자율주행버스로, 승객의 안전을 위해 운전자와 서비스 매니저가 동승한다. 매니저는 승객에게 이용방법과 유의사항을 안내한다. 차량 특성상 급정거 가능성이 높아 입석이 불가능하고 안전벨트 착용은 필수다. 실제 주행 중에도 앞차가 끼어들거나 신호 때문에 속도를 줄일 때 급정차가 자주 발생했다.
버스는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을 기점으로 전농사거리·청량리역·세종대왕기념관을 거쳐 경희의료원까지 이어지는 왕복 15㎞ 구간을 운행한다. 총 23개 정류소를 돌며 평일 오전 9시부터 종점 기준 오후 6시15분까지 하루 6회 운행한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 약 1년간 데이터 수집과 안전성 검증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내년도에는 배차 간격 조정을 비롯해 사업 확장 가능성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버스가 다니지 않는 소외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대문A01 노선도 회기동과 장안동을 환승 없이 바로 연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편 지난 6월 운행에 들어간 첫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A01’ 노선은 숭실대~중앙대 사이를 오가며 캠퍼스 간 교류와 생활권 이동 편의를 지원하고 있다. 주민 만족도 또한 90% 이상으로 조사됐다. 15일 정식 운행하는 서대문A01은 가좌역~서대문구청 구간을 오가며 행정·복지시설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