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단숨에 3700선을 뚫으며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운 이날 SK와 SK우선주는 동반 급락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대법원 파기환송 소식이 주가를 끌어 내렸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과 추가 자산 매각 및 추가 배당 가능성을 고려하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16일 SK는 전일 대비 5.62% 떨어진 21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우는 전일보다 8.84% 빠진 17만12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들 주가는 개장 후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판결이 나오자마자 하락폭을 확대했다.
외국인은 이날 SK를 749억원 순매도하며 유가증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615억원 순매수하며 상반된 매매패턴을 보였다.
기대감 소멸, 차익실현 물량 출회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재산분할을 다시 하라는 취지다. 다만 위자료 20억원 부분은 그대로 확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법원이 2심의 원심을 유지해 ‘1조3808억원의 현금 지급’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 측이 유동성 확보(자금 마련)를 위해 지주사 SK(주)의 배당 정책을 대폭 강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또 최 회장이 SK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추가 담보 설정이나 반대매매(마진콜)을 막기 위해 주가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이같은 시장 기대감이 소멸하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세연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로 SK그룹은 경영권 안정화를 최우선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주(24.8%) 소각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을 33.9%까지 상승시켜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 주가 반등 무게
전문가들은 SK 주가가 개선된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 등에 힘입어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5263억원으로 예상한다”며 “SK텔레콤 실적은 부진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비 배터리 부문 이익이 개선됐고 SK실트론 및 머티리얼즈 CIC는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상저 하고 실적을 보일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날 목표주가를 종전 24만5000원에서 2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계열사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한 데이터센터 매각 대금 5068억원은 3분기 SK재무제표에 반영될 예정”이라면서 “SK실트론을 비롯해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자산을 매각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점에 주목했다.
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전날 SK에 대한 목표주가를 종전 22만3000원에서 26만원으로 올렸다. 김 연구원은 “상장 지분 가치 증가를 반영했다”면서 “SK이노베이션 이하 계열사들의 유상증자와 차입 감축 계획 등 점진적인 리밸런싱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연간 주당 최소 배당금 5000원(보통주)을 설정했고 자산 매각 이익 등을 활용해 매년 시가총액의 1~2%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소각 또는 추가 배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공시했다”면서 “안정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혼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라면서 불확실성은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 주가는 7.10%, SK스퀘어는 1.44%, SK이노베이션은 5.75% 급등하면서 이날 코스피 사상최고치 경신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