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저해했던 ‘거미줄 규제’를 걷어낼 방침이다. 신약 심사 기간을 240일 이내로 단축하고, 내년부터는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바이오헬스 산업 전반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규제를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서, 금지해야 하는 것만 아니면 웬만큼 다 허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무조건 ‘일단 안 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일단 돼’라는 쪽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바이오 산업에 관해서 빠른 실증·임상·치료를 위한 과감한 제도 개편을 주문했다.
우선 신약 허가 심사기간을 240일 이내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는 소수의 심사자가 방대한 자료를 순차 검토하면서 허가 절차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동시·병렬 심사체계로 전환하고, 전 주기에 걸친 규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심사 수수료 인상과 심사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안전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신약 승인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첨단재생의료 분야도 규제 완화를 통해 활성화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첨단재생바이오법을 개정하며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해졌으나, 여전히 일부 난치질환 환자들은 해외로 원정진료를 나가는 실정이다. 치료 범위가 중대·희귀·난치질환에 한정돼 있고, 난치질환의 정의가 불분명해 치료 신청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위험에 대한 임상연구 심의 시 고위험연구에서 요구하는 자료까지 제출해야 하는 현장의 애로사항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중대·희귀·난치질환에만 한정됐던 줄기세포 치료를 만성통증·근골격계 등으로 확대하고, 질환별로 개별 판단이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또 해외 임상연구가 충분한 경우 국내 추가 연구 없이 치료심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연내 정비한다. 내년 3월까진 중위험 연구계획 심의 시 고위험 수준의 자료는 원칙적으로 요구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개선도 추진한다.
데이터 활용 규제 역시 완화 대상이다. 사망자 의료데이터 정보는 신약 효과·한계를 검증하는 데 중요한 지표지만, 현장에서는 비식별화 방법·판단 등에 어려움을 겪어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비식별화 판단 기준과 활용 절차를 연내 명확화하고, 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공익 목적으로 의료 인공지능(AI) 연구·산업에 온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산업계가 원격으로 접근 가능한 ‘저위험 가명데이터셋’을 개발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원격분석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첨단산업 시대에는 데이터를 쉽게 쓰게 하되 위반 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엄정히 제재해야 한다”며 “바이오헬스는 미래 성장동력인 만큼 규제 합리화와 투자 확대를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