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는 2037년 이후인데…부족한 지원 속 기대감만 커지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는 2037년 이후인데…부족한 지원 속 기대감만 커지는 수소환원제철

- 김성환·김정관 등 신임 부처 장관, 수소환원제철 기술 시찰
- 2035 NDC에 수소환원제철 감축 목표…업계 “현실성 크게 떨어져”
- 기대감 속 인프라 준비는 부족…“전력 조달, 공급망, 경제성 확보 시급”

기사승인 2025-10-22 06:00:27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 앞)이 지난달 19일 경북 포스코 포항제철소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중국발 공급 과잉 등 장기 부진에 빠진 철강업계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부가 거는 기대감에 비해 정작 인프라 형성을 위한 지원과 준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5일 경북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 현장을 찾아 철강업 탈탄소 기술력 동향을 점검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지난달 19일 포항제철소 2고로를 찾아 인공지능(AI) 고로와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시찰했다.

임기 초반의 두 정부부처 장관 모두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석탄 등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기존 공정에선 철광석에 포함된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증기가 발생, 기존 고로 공정 대비 탄소를 95% 이상 감축해 ‘꿈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 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을 통과시키고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사업비 8146억원을 들여 실증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실증 설비 100만톤 구축, 2040년까지 300만톤급 상용 설비 구축을 거쳐 2050년 모든 고로 설비를 수소환원공정 설비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달 발표 예정인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최소 15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치라는 지적이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지난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35 NDC 산업부문 토론회’에서 “수소환원제철이 2035 NDC안에 150만톤 규모로 반영됐으나, 상용화 자체가 2037년 이후부터 가능하다”며 “정부가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시점을 감안해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월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하고 본격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이러한 높은 기대치와 달리, 상용화의 필수요소인 인프라 형성 또한 갈 길이 멀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포스코의 이희근 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제7회 지속가능기업혁신 토론회’에서 포스코의 유동환원로 기반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와 관련해 “기존 고로 대비 약 150%의 전력이 소모돼 추가 전력 공급을 어떻게 받을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수소 공급망 인프라, 경제성 확보 등 과제도 남아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각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의 최대 전력 수요 설비 규모는 현재 약 2.9GW(기가와트)이지만,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한다는 전제 하에 2050년에는 4.6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시점 재생에너지·원전 등 발전원은 물론, 생산된 전력을 조달할 전력망이 주민 반대 등에 부딪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부터 3년간 80%가량 상승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경제성 확보 방안도 시급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현재 고로 방식으로 생산 중인 연간 3600만톤의 철강 전량을 수소환원제철로 전환 생산할 경우 총 23조원가량이 추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설비 폐쇄 및 전환 등 현실적인 비용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특히 2050년 기준 약 3800만톤의 수소환원제철 생산을 위해 약 350만톤의 수소가 필요한 것으로 계산되는 가운데, 그린수소의 가격이 1kg당 2달러 이하로 공급돼야 최소한의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으나,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등을 이유로 한국의 그린수소 생산 원가는 kg당 4~6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원가를 낮춰줄 요소 중 하나인 그린암모니아 공급망 인프라를 확장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최근 정부 조직재편으로 인해 수소 산업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수소 공급 인프라 업무는 한국가스공사로, 청정 암모니아 공급망·도입 업무는 한국석유공사로 산재돼 있어 ‘교통정리’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20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외 주요국의 그린암모니아 확보 전략이 매우 치열한 상황인데, 한국은 한 곳만 확보했다”며 “정부 조직재편과 관계없이 수소산업 발전 가속을 위해 부처 간 적극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건설경기 침체, 통상환경 악화 등 불황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를 위해 이달 중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방안에는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철강 투자 확대 안건도 담겨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기술을 실증하고 상용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공정에 적용하기까지 막대한 비용 등 수많은 부대조건이 동반된다”며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대해 업계와 정부가 거는 기대가 큰 만큼, 해당 기술에 대한 직접적이면서도 더 확대된 규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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