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K-뷰티와 패션 브랜드들에게 글로벌 시장 도약의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단순한 제품 협찬을 넘어, 브랜드 포지셔닝과 글로벌 소비자 경험 설계, 유통 전략 전환까지 다층적인 목적을 담은 마케팅 무대로 APEC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적 시도가 활발히 전개되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APEC을 계기로 브랜드들의 전략은 단순한 노출을 넘어 ‘브랜디드 세일즈 퍼널(Branded Sales Funnel)’로 진화하고 있다. 마뗑킴은 공식 협찬 브랜드로 참여해 카드 지갑과 캔버스 백을 제공하는 동시에, 신제품 출시 시점을 APEC 기간에 맞춰 자사몰과 플래그십 스토어 9곳에서 동시 전개한다. 협찬 자체를 소비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형지엘리트 역시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기업 정체성을 반영했다. 인천 고위관리회의 자원봉사자에게 유니폼과 모자를 제공하며 지역 기반 기업으로서 ‘로컬 CSR(지역사회 연계형 브랜드 책임)’을 강화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지역성과 기업 정체성을 함께 드러내 접근을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뷰티 업계는 전략의 폭을 더 넓혔다. CJ올리브영, LG생활건강, 에이피알은 참석자 대상 화장품과 디바이스를 협찬하며 제품 카테고리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궁중 콘셉트를 앞세운 ‘더후’를 통해 K-뷰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에이피알은 기술력을 강조한 디바이스 ‘부스터 프로’로 카테고리 확장을 노린다.
공식 협찬사는 아니지만 아모레퍼시픽의 행보도 주목된다. CEO 서밋 배우자 프로그램 ‘K-뷰티&웰니스’를 후원하고 황룡원 내 체험 공간 조성을 추진하며, 소비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공간 기반 브랜딩(Spatial Branding)’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ODM 기업 코스맥스 역시 전통 화장품 ‘화협옹주 연지고’를 전시해 기술력과 역사성을 동시에 부각시키며 B2B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번 APEC 협찬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산업 전략을 점검하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협찬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설계하고 △브랜딩에서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검토하며 △기존 유통 모델의 효과를 다시 확인하는 등 구체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뿐 아니라 리테일 플랫폼, ODM 기업까지 밸류체인 전반이 참여하면서 협찬은 단순한 마케팅 활동을 넘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업계는 APEC을 계기로 각 브랜드가 실제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지가 향후 경쟁력을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APEC 협찬은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 한국 뷰티 산업이 국가 브랜드 경쟁력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리더들이 직접 제품과 기술을 경험하는 만큼, 이를 계기로 수출 시장 확대는 물론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K-뷰티가 단순 소비재를 넘어 한국의 문화·경제 외교를 대표하는 핵심 콘텐츠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