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 OUT-패션 플랫폼 IN…‘공간의 철학’ 바뀌는 스타벅스

카공족 OUT-패션 플랫폼 IN…‘공간의 철학’ 바뀌는 스타벅스

기사승인 2025-10-24 06:00:11
스타벅스. 쿠키뉴스 자료사진

스타벅스가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카공족’을 제한하는 등 매장 운영 방식을 효율화하는 한편, 패션 플랫폼에 입점해 테이블웨어와 운동용품을 판매하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커피 그 이상’을 내세워온 스타벅스가 효율화와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브랜드의 상징이던 ‘제3의 공간(Third Place)’ 정체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8월 개인용 데스크톱, 프린터, 멀티탭, 칸막이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이달 13일부터는 전국 매장에서 외부 음식과 음료 취식을 제한했다. 다만 유아를 동반한 고객의 이유식 섭취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팬데믹 이후 일터와 카페의 경계가 흐려지며 ‘작업 공간’으로 변한 매장을 다시 본래의 휴식과 교류의 장소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스타벅스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사람이 머무는 제3의 공간’ 경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행보이기도 하다.

운영 효율성 강화를 위한 기술적 시도도 병행 중이다. 배달 서비스 확대, 진동벨 도입, 전 세계 최초로 검토 중인 키오스크 운영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키오스크는 사이렌 오더와 같이 주문 채널을 하나 더 늘리는 보조적인 형태로 제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스타벅스는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을 제1원칙으로 삼고 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동벨이 도입된 매장들은 2층 이상 대형 매장이거나 구조상 목소리가 닿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곳으로,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이뿐만 아니라 브랜드 외연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패션 플랫폼 W컨셉과 무신사에 입점해 테이블웨어와 스포츠 굿즈를 선보이며, 기존의 커피 중심 이미지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 중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 협업은 2030세대 고객층이 두터운 패션 플랫폼과 협업해 신규 고객 유입과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고자 한 것으로, 다양한 트렌드를 접목시킨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접점을 넓히고 소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가 있다. NH농협카드의 ‘소비트렌드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메가커피, 빽다방, 컴포즈커피, 매머드커피) 이용 금액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지만, 스타벅스를 포함한 기타 브랜드는 9% 증가에 그쳤다. 커피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드러난다. 전국 매장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2050개로, 매출은 2022년 2조5939억원에서 2024년 3조1001억원으로 약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224억원에서 1908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올해 상반기 754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며 수익성은 둔화된 모습이다.

업계는 스타벅스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굿즈나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하는 건 단순한 음료 판매를 넘어 브랜드 경험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특히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보다 그에 얽힌 경험과 스토리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어서, 굿즈나 패션 아이템이 브랜드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려도 있다.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사람과 공간의 교감이 줄어들면, 스타벅스가 오랫동안 쌓아온 제3의 공간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브랜드의 본질은 결국 품질 좋고 맛있는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있다”며 “브랜드 확장과 다양한 시도는 의미 있지만, 커피의 맛과 품질, 고객 서비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도 함께 이뤄질 때 브랜드 정체성과 가치를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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