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에 고개 숙인 농협, 국감서 ‘뭇매’ [2025 국감]

각종 의혹에 고개 숙인 농협, 국감서 ‘뭇매’ [2025 국감]

“회장님 지킬 게 많지요” 문자 뒤…수상한 40억 수의계약
“황금열쇠·20억 리베이트”…추가 의혹 ‘봇물’
‘연체율 21%’ 무궁화신탁 부실…강 회장 “전혀 모른다”
농협은행, ‘캄보디아 송금’ 3년간 3배 ‘껑충’…‘범죄자금 유입’ 공방

기사승인 2025-10-24 17:22:53 업데이트 2025-10-24 17:23:10
농협중앙회 제공.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습니다.” “그 내용은 전혀 모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습니다.”

24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강호동 농협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쏟아졌지만, 강 회장의 답변은 사실상 이 세 마디로 요약됐다. 최근 1억원 뇌물수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강 회장은 40억 수의계약 특혜 및 ‘황금열쇠’ 수수, ‘20억 리베이트’ 논란 등으로 잇따라 뭇매를 맞았다. 강 회장은 “송구하다”면서도 “수사 중”, “모른다”며 모든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날 국감 시작부터 강 회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도마에 올랐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회장님을 상대로 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조직의 안정성과 신뢰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앞서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뇌물수수 혐의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강 회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선거를 앞두고 당선이 유력하던 시기, 농협 계열사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강 회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다만 “여러 가지 내부적인 사항은 경찰 수사 중이다 보니 이 자리에서 말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 원인 규명을 명백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회장님 지킬 게 많지요” 문자 뒤…수상한 40억 수의계약

강 회장 금품수수 혐의를 둘러싼 추궁은 계속됐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 보도를 보면, 농협유통에 경비·미화 용역을 제공하는 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 대표를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강 회장은 “경찰에 소상히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임 의원은 “강 회장에게 1억원을 건넨 의혹을 받는 업체 대표가 농협유통의 2025년도 경비·미화 경쟁입찰 공고가 뜨자 ‘저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습니다. 회장님은 지킬 게 많으시지요’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러자 다음 날 난데없이 이 공고가 취소됐다. 아주 공교롭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박서홍 농협경제대표이사는 입찰공고 취소 이유에 대해 “당일 나라장터에 입찰을 했는데 1시간 만에 80개 업체가 입찰해 심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 회장은 “그 내용은 이번에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그렇다면 재공고를 하거나 현장 방문하지 않은 업체를 걸러낼 장치를 만드는 게 맞다”면서 “그런데 재공고 없이 돈을 건넨 그 업체가 25년 1년간 총 39억6700만원, 40억원의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받았다. 이러니 의심을 받는 것 아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열쇠·20억 리베이트”…추가 의혹 ‘봇물’

진보당 전종덕 의원도 “매관매직, 뇌물수수 의혹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전 의원은 1억 수수 의혹에 대해 “송파 벤처 안에서 5000만원, 서울역 인근에서 5000만원을 직접 수수한 게 맞냐”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언급했다.

강 회장이 “경찰에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답하자, 전 의원은 “같이 동승한 조합장도 있다”며 “직접 프라자 호텔에서 만났고 회유를 시도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했다. 이어 △율금 조합장 시절 2000만원 수수 의혹 △인천지역조합장협의회로부터 560만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받았다가 논란이 일자 돌려줬다는 의혹 △농협생명의 20억 핸드크림 계약 관련 5억 리베이트 의혹 등을 줄줄이 쏟아냈다.

특히 핸드크림 의혹에 대해 “납품도 안 받았는데 지난해 12월31일 20억원 결재를 한 급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하자, 강 회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농협생명 대표에게 답변을 넘겼다.

‘연체율 21%’ 무궁화신탁 부실엔 “전혀 몰라”…‘보이스피싱 맛집’ 오명도

농협 인맥이 얽힌 ‘무궁화신탁’ 부실 사태도 쟁점이 됐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신탁사 수익증권을 담보로 한 농협 상호금융의 부동산담보대출 연체율은 21.3%에 달했다. 농협 상호금융 전체 연체율(5.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송 의원은 “무궁화신탁이 오창석 회장(농협대 동문)을 중심으로 전직 농협 간부 64명을 영입해 공격적으로 영업했다”며 “농협 인맥을 동원한 무리한 영업이 유례없는 부실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송 의원이 “농협 상호금융 부실채권 중 25%가 무궁화신탁 몫이다. 보고받았느냐”고 묻자, 강 회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다”, “정말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송 의원은 “현황 파악도 안 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하자, 강 회장은 “정말 모른다”며 상호금융 대표에게 답변을 넘겼다.

여영현 상호금융 대표이사는 “무궁화자산신탁은 수수료율이 조금 싼 부분이 있어 농협과 많이 거래했다”며 “부실 이유는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다. 부실채권 매각과 건전 여신 추진으로 대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협의 부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도 집중포화를 맞았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은행은 5년간 900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지만, 4800개 점포에 모니터링 인력은 16명(은행 측 해명 46명)에 불과하다. 직원 교육 이수율도 15%밖에 안 된다”며 “‘보이스피싱범의 맛집’”이라고 비판했다.

캄보디아로의 수상한 송금 급증도 보이스피싱과 연관돼 함께 질타 받았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캄보디아 조직범죄가 급증한 2021년 이후 농협은행을 통한 송금액이 3년간 3배(3605억원)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어 의원은 “전체 송금액의 88%가 한국인이다. 범죄 관련 자금인지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재반박했다.

이 외에도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은행이 5년간 800억원이 넘는 금융사고를 냈다”며 내부 통제 강화를 주문했고, 강 은행장은 “금융사고 제로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강 회장은 이날 거론된 ‘홈플러스 인수설’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강 회장은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연간 400억원씩 800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며 “홈플러스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최은희 기자, 이창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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