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동보장치’ 구매설치 입찰과정에서 담합을 한 혐의료 세기미래기술㈜ 등 7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100만원이 부과하고 세기미래기술 소속 전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들의 담합 과정에 관여한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에도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조합과 조합소속 직원 1명도 검철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달청과 지자체 등이 발주한 동보장치 구매설치 입찰과정에서 담합을 적벌하고 이러한 조치를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동보장치 입찰시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에 대해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최고상한액을 부과했다.
동보장치란 하나의 송신장치에서 여러 개 수신장치로 동시에 같은 내용의 정보를 보내는 기기를 말한다. 방송, 팩스, 문자, 음성동보장치 등이 있으며, 재해·재난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에 설치되고 지자체 등이 경보방송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낙찰예정사 정하고, 들러리사 서주기로 합의
이번에 담합으로 적벌된 7개 사업자는 ㈜반도전기통신, 링크정보시스템㈜, 새서울정보통신㈜, 세기미래기술㈜, 앤디피에스㈜, ㈜오에이전자, ㈜유니콤넷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조달청 및 지자체가 발주한 14건의 동보장치 구매설치 입찰(총 계약금액 약 5억원)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사, 들러리사 및 투찰가격을 합의하는 등 부당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세기미래기술 또는 앤디피에스가 각각의 입찰 건에서 입찰공고 전 타 업체들에게 자신이 선(先)영업을 해 연고권이 있다는 사실을 통보하면 다른 사업자들은 세기미래기술 또는 앤디피에스를 낙찰예정사로 인정하고 들러리를 서주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세기미래기술이나 앤디피에스는 동보장치 구매설치 입찰이 실시될 때마다 들러리사에게 투찰할 가격을 알려줬고 들러리사는 전달받은 가격으로 투찰해 부당공동행위 합의를 실행했다.
특히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은 2009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조달청, 지자체 등이 발주한 총 계약금액 약 116억원 상당, 140건의 동보장치 구매설치 입찰에서 사전에 선영업활동을 한 회원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해당 업체에 투찰률 또는 투찰금액을 전달했다. 또 조합은 다른 회원사들에게는 들러리로 입찰에 참가하도록 하면서 투찰률 또는 투찰금액을 제공한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조합은 징수규약 제7조에 의해 낙찰을 받은 회원사로부터 계약금액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러한 조합의 수수료는 2010년 52000만원에서 2013년 2억42000만원, 2015년 약 4억45000만원에 달했다.
◇동보장치 입찰 과정서 조합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
동보장치는 지난 2007년부터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었으며,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동보장치 직접생산 확인을 받아야만 한다. 동보장치 직접생산 여부 확인을 위한 조사원으로 조합의 임직원 2명이 지정돼 있고, 대부분의 회사가 조합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따라서 공정위는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을 매개로 담합이 용이하게 이루어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공정위에 따르면 동보장치 사업자들은 수요기관을 상대로 선영업활동을 진행하면서 해당 수요기관이 자사 제품의 기능, 규격을 반영해 시방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예상되면 조합에 공공구매 ▲지원요청 공문과 ▲시방서를 발송하였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지원요청 공문을 보낸 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들러리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영업활동을 하지 않은 업체의 경우 입찰참여 의사가 높지 않은데, 이때 선영업에 따른 우위를 주장하는 다른 사업자 또는 조합으로부터 들러리 협조요청을 받게 되면 이를 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들러리 협조요청을 수락함으로써 자사가 영업활동을 한 다른 동보장치 구매설치 입찰에서 자사에게 도움을 받은 사업자 또는 조합으로부터의 들러리 협조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공공기관의 동보장치 구매설치 입찰에서 발생한 담합 행위를 엄중 제재함으로써 사업자단체가 중심이 돼 담합을 유도하는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 향후 관련 입찰에서 경쟁 질서를 확립해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