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 3사 성적표가 해외 전략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아모레퍼시픽은 미주·유럽 등 글로벌 시장 확장에 성공하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올랐고,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부문에서 뷰티 실적 부진을 방어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애경산업은 해외 시장 대응력 약화와 중국 매출 급감으로 폭락을 면치 못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648억원, 영업이익 12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7%, 55.2%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매출을 이끈 것은 미주와 유럽 시장에서의 뚜렷한 성장이다. 특히 설화수, 라네즈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요 확대가 두드러졌고, 미국 세포라·울타뷰티 등 현지 유통망 강화 전략이 실질적 매출로 연결됐다.
올해 1분기에도 미주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우선 미주 지역에서는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가 더해지며 전체 매출이 79%나 증가했다. 주력 브랜드인 라네즈, 이니스프리, 설화수가 신제품 출시와 함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에스트라가 미국 시장에 신규 진출하며 전반적인 판매 호조가 이어졌다. EMEA 지역에서도 전체 매출이 3배 넘게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은 뷰티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으나 생활용품과 부문에서 상쇄해 출혈을 줄였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6979억원, 영업이익 142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감소, 영업이익은 5.7% 감소한 수치다.
특히 뷰티 부문 매출이 13.1% 감소하며 전사 실적에 부담을 줬다. 프리미엄 브랜드 ‘후’의 중국 내 회복세가 지지부진했고, 뷰티 부문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다만 생활용품 부문이 선방하며 전사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
HDB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난 5733억원, 영업이익은 13.7% 증가한 36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리프레시먼트(음료)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축소된 4164억원, 영업이익은 10.8% 줄어든 469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국내외 다양한 고객 층 확대를 위해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유통 채널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차별적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 개발로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타격이 컸던 곳은 애경산업이다. 애경산업은 같은 기간 매출 1511억원, 영업이익 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0.7%, 63.3% 감소한 수치다.
특히 화장품 부문의 중국 매출이 43.2% 급감하며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의 1분기 매출액은 459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2%, 88.4% 줄었다. 글로벌 전략 부재와 브랜드력 약화로 북미·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력 브랜드 ‘AGE20’s’의 성장 정체, 유통 채널 경쟁력 저하 등이 겹치며 수익성이 급락했다.
생활용품사업의 1분기 매출액은 1051억원,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26.0% 감소했다.
애경산업은 “글로벌 소비 환경 변화와 주요 시장 상황을 반영해 △프리미엄 기반 수익성 강화 △Globalization △성장하는 채널 플랫폼 대응 강화 등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별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3사 모두 해외 시장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 대응력과 집중 지역 선택, 브랜드 경쟁력에 따라 실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올해도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중국 외 시장 다변화와 디지털 채널 강화 전략의 성공 여부가 향후 2분기 이후 실적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