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일본서 한국경제 생존법을 찾다

우리금융, 일본서 한국경제 생존법을 찾다

기사승인 2025-06-18 15:30:00
우리금융그룹의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18일 일본 경제 심층 연구서인 ‘일본 경제 대전환’을 출간했다. 사진=최은희 기자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와 저성장의 파고를 맞닥뜨린 일본이 어떻게 경제·금융을 재건했는지를 1년 넘게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금융그룹의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일본 경제 심층 연구서인 ‘일본 경제 대전환’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1년 이상 현지 기관·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일본이 경험한 위기와 회복을 면밀히 추적한 결과물이다. ‘미리 가본 한국의 미래’인 일본을 통해 한국 경제의 실질적인 정책·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일본 경제 대전환은 단순한 일본 사례의 나열이 아닌 우리 경제주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해답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책이 한국경제와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버블 붕괴 이후 30년간 침체에 빠졌던 일본은 재정·통화 정책의 강력한 공조를 통해 디프레이션에서 탈출했다. 대규모 금융완화, 적극적 재정지출, 규제 개혁 중심의 성장전략 등 ‘아베노믹스’는 일본 정부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채택한 3가지 축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른바 ‘3과(과소투자, 과잉규제, 과당경쟁)’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 산업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규제개혁, 전략산업 육성, 4차 산업혁명 대응, 해외성장시장 확보 등을 추진했다.

반등 배경에는 정책 기조의 일관성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내각이 바뀌어도 정책 기조가 유지되자, 기업들은 자동화 설비, 디지털 물류, 반도체 증설 등 미래투자에 나섰다. 정부는 규제 개혁과 함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해 재정지출을 늘렸다. 그 결과, 기업 실적 개선→설비 투자 확대→임금 상승→가계 소득 증가→수요 회복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되기 시작했다. 특히 2024년 춘투 임금인상률이 5.1% 오르며 33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오늘날 한국 경제가 마주한 저성장·고령화 과제를 푸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일본 경제의 핏줄, 금융사의 화려한 부활

금융권도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J(MUFG), 스미토모미쓰이(SMFG), 미즈호는 이자 중심 수익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해외 사업, 비이자 수익, 기업금융 중심으로 재편에 나섰다. 수익 다변화를 위해 CVC(기업형 벤처캐피털)를 통해 핀테크에 투자하고, 현지 대형 금융사 지분 인수에 주력했다. 

금융산업의 변화는 특히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는 전환금융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미즈호는 일본 12개 주요 전력회사 중 11개사의 주거래은행으로서, 3년간 1조엔 이상의 전환금융을 공급하며 금융의 역할을 확장했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금융·전환금융에 대한 세제 혜택과 제도 개편을 통해 민간의 변화를 유도했다. 

부동산 금융에서는 제이리츠(J-REITs)를 활용한 민간 주도 도시재생이 주목받았다. 도쿄의 대형 프로젝트인 ‘아자부다이 힐즈’가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30년에 걸쳐 진행된 이 개발 사업은 제로금리 시대 투자처로서 주목받았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이를 한국의 PF시장 개선 및 프로젝트 리츠 도입 가능성과 연계해 분석했다.

고령화 대응은 정책적, 금융적으로 정교해졌다. 일본은 고령층의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이전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 후견신탁, 간병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고, 시부야의 ‘라이프 라운지’ 거점을 통해 고령자들이 금융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기업문화 차원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춘 혁신을 시도 중이다. 구인난과 고령화는 금융사의 인사 정책을 변화시켰다. 미즈호는 직원의 부업과 겸업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지난 2022년에는 500여명이 외부 활동에 참여했다. 미쓰이스미토모는 육아휴직자 동료에게 ‘응원수당’을 지급해 팀 단위의 유연한 근무 문화를 형성했다. 아울러 남성 육아휴직 KPI를 100%로 설정하고 관리자 교육도 병행한다. 인재 확보와 다양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인적자본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연구서를 통해 얻은 시사점을 실제 사업 전략에 반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해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령자·유병자 대상 상품개발과 돌봄·노후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령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상품으로 유가족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박정훈 소장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우리금융그룹의 씽크탱크로서 적시성 있는 금융 인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고객과 시장에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 금융업 발전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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