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스트레스 탓만 아니다"…부산 예술고 3명 동반 사망

"학업 스트레스 탓만 아니다"…부산 예술고 3명 동반 사망

학교 운영 부실·강사 교체 ‘구조적 위기’ 드러나

기사승인 2025-06-24 18:12:20
예술고교 학생 3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 예술고 학부모회 부회장과 숨진 학생들의 강사들이 23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손상훈 기자 


부산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 3명이 같은 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두고, 학부모회와 강사들이 “학업 스트레스만을 원인으로 단정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24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과 사실에 기반한 명확한 수사가 이뤄지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회는 "사랑으로 품었던 소중하고 귀한 아이 셋을 잃었다"면서 "어미가 아직 품 안에 품고 있던 자식을 잃는다는 것이 이토록 아프고 외롭고 서러운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한명도 아닌 세 명의 아이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반드시 명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아이들의 안타까운 선택을 단순한 학업의 스트레스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학교 내부 혼란, 학생 불안 키웠다.

해당 예술고는 최근 전공 강사 14명 중 11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등 학교 운영의 혼란이 극심했다.
법인과 학교 측의 갈등, 교장 인사권 개입 등 오랜 구조적 문제가 누적돼왔다. 학부모회는 "올해 초 실기 교사 문제로 학교에 분리 조치를 요구했고, 경찰에도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학부모와 강사들은 "숨진 학생 모두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실기 1등 학생도 있었다"며 "평소 우울증이나 문제 행동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예술고 특유의 입시·실기 경쟁, 진로 불안에 더해 학교의 비정상적 운영이 학생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예술교육 현장, 땜질식 대처로는 비극 못 막아"

전문가들은 "예술계 특목고는 실기 평가, 입시 경쟁, 진로 불안 등 구조적 압박이 강한 환경"이라며,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학생 보호 시스템 전반의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심리상담 강화 등 사후 조치에 나섰지만, 근본적 제도 개선 없이는 유사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부산시교육청도 오는 25일부터 15명으로 구성된 감사반을 투입해 해당 학교 법인을 상대로 특별감사에 들어간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영인 기자
igor_seo@kukinews.com
서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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