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 새벽 가장 먼저 만난 정부 인사는 ‘대미 동맹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불참 결정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이 대통령 외교·안보 구상을 가장 잘 아는 위 실장을 대참자로 보내면서 동맹외교 역시 중시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당선이 확실시된 직후 인천 자택에서 위 실장을 가장 먼저 만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전부터 실용외교를 강조한 이 대통령과 맞물려 위 실장은 이재명정부 외교의 중심축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상 간 통화 준비 등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한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외무부 북핵담당대사, 주러시아 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거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미·중·러 등 강대국 외교 현안과 북핵 문제에 두루 정통한 실무형 전략가로 손꼽힌다. 진보·보수 정권을 아우르며 정책 역량을 인정받아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 전략을 지근거리에서 조언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위 실장은 대통령 참모 중 외교·안보를 책임질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며 “이 대통령 역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외교·안보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해온 만큼 민주당 당대표 시절부터 위 실장의 역량을 누구보다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이 대통령이 한미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한미관계에 정통한 위 실장이 우리 외교가 독자적 역량을 갖추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교 행보에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강조해왔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 정상과의 통화, 체코·인도 등 비서방권과의 협력 확대 등에서도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했다. 위 실장은 이같은 구상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의 나토 대참 역시 이 대통령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토에 가지 않았더라도 그의 외교·안보 구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보냈다는 점에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위 실장은 24~25일 나토 정상회의 기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면담해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국과 나토 간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한-나토 국장급 방산 협의체 신설’ ‘한국의 고가시성 공동방산사업(High Visibility Projects) 참여’ 등 실질적 군사협력 확대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고가시성 프로젝트는 나토 회원국들이 탄약, 차세대 항공기, 가상훈련 시스템 등을 공동 개발·조달하는 핵심 협력 프로그램이다.
위 실장은 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과 나토 간 특별행사에 참석해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국제안보 기여 의지를 밝혔다. 다자외교 외에도 네덜란드 국왕 주최 만찬 및 나토 사무차장과의 면담 등 양자외교 일정도 소화하며 이 대통령의 외교 메시지를 전했다.
귀국 직후인 26일 브리핑에서 위 실장은 향후 한미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조속히 추진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통상 협상과 안보 이슈 논의를 내실화해 성공적 회담을 준비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짧은 대화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도 조선 협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