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신드롬에 ‘도시어부’ 밈…위하준, 이젠 즐길 수 있다 [쿠키인터뷰]

‘오겜’ 신드롬에 ‘도시어부’ 밈…위하준, 이젠 즐길 수 있다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주연 배우 위하준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03 13:40:05
배우 위하준.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5년여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배우 위하준은 이 기나긴 여정에 처음부터 몸을 실었던 이 중 하나다. 3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저 시즌1부터 시즌3까지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혜택을 보겠다는 마음은 없었다”며, 자신이 연기한 준호마냥 꾹꾹 눌러담은 진심을 내비쳤다.

위하준은 극 중 사라진 형 인호(이병헌)의 행방을 쫓다가 게임에 잠입하는 형사 준호 역을 맡아, ‘오징어 게임’ 전 시즌에 출연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체감한 그는 “‘오징어 게임’이 대한민국 예술 문화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많이 높였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작품이 없는데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배우로서도 삶이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시즌1과 달리 시즌2, 시즌3에서 준호는 육지보다 바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자신을 살린 박 선장(오달수)을 지나치게 신뢰한 탓이다. 박 선장은 게임 주최 측 조력자로, 준호가 섬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인물이다. 준호가 기훈(이정재)과 의기투합해 활약하기를 바랐던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운 지점이다.

“감독님의 의도와 메시지를 알고 시작해서 서운한 건 없었어요. 제게는 시즌1 때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일할 수 있게 작품이거든요. 당연히 팬분들 입장은 이해 가죠. 저도 준호를 좋아하는 시청자였다면, 준호가 뭔가 더 해주길 바랐을 거예요. 다만 준호는 자신을 그나마 도와준 사람이 박 선장인데, 준호가 박 선장을 믿게 된 서사가 빈약하게 비칠 수 있다 보니 그러신 것 같아요.”

몇몇 시청자들은 준호가 출연한 장면들을 놓고 ‘도시어부’ 브이로그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위하준에게는 속상할 만한 반응이다. “희망적인 댓글을 못 본 것 같아요(웃음). 저는 준호가 불쌍했어요. 현실에서 발버둥 쳐도 희망이 없는 사람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인물이라고 생각했고요. 허탈감, 허망함을 표현했다고 봤어요. 이런 부분을 공감해 주시면 짠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배우 위하준. 넷플릭스 제공

준호는 극 말미 우승자가 된 준희(조유리)의 딸, 그리고 상금 456억원을 인호로부터 건네받게 된다. 위하준은 인호가 왜 준호에게 아이를 맡겼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정의로운 사람이라서 그러지 않았을까”라면서도 “처음에는 ‘뭐야? 무슨 의미지?’ 같은 궁금증이 있긴 했다. 벙찌고 당황스러웠다”고 답했다. 이어 “아기가 미래세대에 대한 상징”이라며 “그 상징을 준호가 전해 받아야 해서 죽지 않고 형을 만나게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게임장에서 인호를 짧게나마 만나는 장면은 황동혁 감독의 디렉션에 따라 준비했다는 전언이다. 준호는 우여곡절 끝에 인호를 만나게 되지만, 의외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절제하는 인상을 남겼다. “감독님이 전반적으로 감정 표출에 있어서 더 냉정하고 중심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도 막 뿜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죠. 냉철하게 나아가야 하는 인물이었어요. 그 신에서도 감정을 조절했어요.”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위하준에게는 그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최근 퍼레이드가 끝나고 감독님, 배우들 다 같이 식사했는데, 그때 감독님이 캐릭터 하나하나에 진심을 다했다면서 ‘어떻게 하면 살릴까 고민했다, 알아달라’라고 하셨어요. ‘많이 노력하셨구나’ 싶어서 공감이 가고 짠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안아주셨는데 뭉클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많은 배우가 모이기 쉽지 않은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즌1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스타덤에 오른 위하준은 당시만 해도 기쁨보다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위상이 달라지면서 그 즐거움을 만끽할 만도 하지만, 시즌2 공개 이후에야 비로소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단다. 

“제가 시즌1 때 정말 즐기지 못했거든요. 친구들은 절 보고 한결같다면서도 그 당시 제가 불안해했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조금 더 즐기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오히려 저는 흔들리지 않고 변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짠했대요. 요즘은 좀 좋아졌다고 말해요. 시즌2, 시즌3 촬영을 끝내고 저만의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생각도 많이 하고 나이도 먹다 보니 ‘왜 못 즐겼지’ 하는 후회가 들었어요. 좀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될까요. 큰 행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팬들 만나면 손키스도 하고요(웃음). 그런 제가 요새는 마음에 들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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