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로 만든 노재원 세상, ‘오징어 게임3’ [쿠키인터뷰]

기세로 만든 노재원 세상, ‘오징어 게임3’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주연 배우 노재원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11 06:00:11
배우 노재원. 넷플릭스 제공


“내 세상을 마음껏 펼쳐보자는 마음이었어요.” 

말 그대로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와 시즌3은 배우 노재원의 세상이었다. 타노스(최승현)에게 빌빌대던 클럽 MD에서 칼을 휘젓고 다니는 약쟁이로 변모하는 남규로 분해, 작품을 긍정적인 의미로 헤집어놨다. 남수인가 싶기도 한 남규를 연기해 놓고, 정작 자신은 엄청난 존재감을 발산한 노재원을 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날카롭고 섬뜩한 눈빛, 특유의 가볍게 들뜬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노재원은 소감을 묻는 말에 나긋나긋한 어조로 “꿈만 같다. 감사하다”고 답했다. “주변 동료한테 연락이 많이 왔어요. 특히 아버지가 제 연기 칭찬을 처음 해주셨어요. 압권이었다고. 아버지한테 인정받은 기분이라서 정말 신기하고 기뻤어요.”

노재원이 해석한 남규는 ‘응어리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클럽 MD 출신이니까 돈과 인간관계에 집착했을 텐데, 항상 밑에 있는 게 싫었을 거예요. 최고가 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언제 내가 최고가 되지’ 같은 생각을 했다고 보고 연기를 시작했어요.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을 많이 끄집어내려고 했어요. 연기하면 일상에서는 해보지 못한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잖아요. 특히 타노스가 죽고 나서는 ‘내가 최고다’, ‘활개 쳐보자’라면서 연기하려고 했어요.”

인물 분석에만 그치지 않았다. 약물에 중독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해 ‘감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자칫 과할 수 있고 따라 하는 연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만의 감각은 뭘지 고민했어요. 숙취라든가, 온몸에 좀이 쑤실 때 느낌이라든가, 그 감각을 확장하려고 별의별 걸 다 해봤어요. 이것저것 맞는 감각을 찾아서 현장에서 되는대로 해보려고 했어요.”

배우 노재원. 넷플릭스 제공


그렇게 쟁쟁한 출연진과 강렬한 인물들 사이에서 시선을 빼앗을 수 있었다. 하지만 뻔뻔하고 광기 어린 얼굴을 지운 본체는 판이했다. 아니나 다를까, “남규라는 역할을 받고 꿈만 같았지만, 곧바로 ‘얼마나 주눅 들까’ 이런 고민을 먼저 했다”고 털어놨다.

“매 순간 긴장이 됐어요. 사실 어느 촬영장이나 마찬가지예요. 전체 숙소 신이 처음이었는데, 수많은 사람이 있고, 너무 거대한 거예요. 다들 보기만 했던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고요. 시즌1을 정말 생각 안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냥 ‘남규만 생각하자’ 했어요.”

굳이 긴장을 해소할 필요는 없었단다. 그의 연기 비결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서 불안한 게 연기의 핵심 같아요. 제게 없던 모습까지 나오게 하는 힘이었어요. 또 느끼는 모든 것을 마음껏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하려고 했어요. 제가 피해를 끼치고 있나 싶고,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요. 촬영장 가기 전 항상 ‘패기’, ‘기세’를 외치고 갔어요. 5년 뒤 노재원이 뿌듯할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지금의 노재원은 로맨스가 하고 싶다. 핵심은 ‘나만의 로맨스’여야 한다는 점이다. 남규가 노재원만의 남규였던 것과 같다. “절절한 사랑 너무 좋죠. 저만 할 수 있는 로맨스를 해보고 싶어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요. 제가 설렘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의도적으로 변화를 주기보단,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연기한다면 달리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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