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열풍에 가려진 위험…“비만치료제 오남용 방지책 필요”

다이어트 열풍에 가려진 위험…“비만치료제 오남용 방지책 필요”

비만환자 아닌데도 일반인 처방
췌장염, 실명 등 이상사례 우려
“치료 시작 후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비만, 국가관리 질환…치료제 급여화해야”

기사승인 2025-07-22 06:00:09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GLP-1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최근 비만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를 보이는 글로벌 제약사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기반 치료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사용에 따른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GLP-1 비만 치료제의 부적절한 처방과 오남용을 막기 위한 교육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GLP-1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GLP-1 비만 치료제는 2021년 미국 출시 후 비만 유병률 감소에 기여할 만큼 비만 치료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지만, 치료제 부작용과 오남용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제품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위고비의 점유율은 73%에 달한다. 미국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등 후속 비만 치료제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위고비는 당뇨, 심혈관계 질환 위험 감소 등의 효과도 있지만, 비만 치료 효과만 부각돼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는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시력 상실을 유발하는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급성 췌장염, 피임 실패 가능성 등이 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이상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지만, 비급여 약제인 탓에 부작용 모니터링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비만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처방해 주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에서 처음부터 고용량을 처방하거나 사용 기한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위고비의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고도비만이거나 27을 넘으면서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다. 용량의 경우 가장 낮은 0.25㎎에서 시작해 최대 2.4㎎까지 5단계에 걸쳐 늘리는 게 원칙이다.

김민선 비만학회 이사장은 “GLP-1 비만 치료제가 의료진의 적절한 처방과 관리 없이 사용되거나 비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대상에게까지 투여되는 등 부적절한 사용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의 국내 시판이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위고비 관련 이상사례는 143건 보고됐다.

허양임 비만학회 언론홍보이사는 “모든 전문의약품은 의학적 효과와 부작용이 공존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 하에 처방·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치료 시작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이사는 “GLP-1 비만 치료제는 충분한 병력 청취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적응증 확인 후 처방돼야 하며 치료 시작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과도한 부작용 우려는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어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비만학회 정책이사도 “비만에 대한 낮은 질병 인식과 제도 미비로 인해 부작용 논란과 오남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GLP-1 비만 치료제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해법으로 △우리나라 비만 기준에 맞춘 GLP-1 비만 치료제 사용에 대한 연구 △비만 치료 급여화를 통한 치료제 적정 사용 유도 및 모니터링 체계 강화 등을 제시했다. 

박 이사는 “비만은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닌 재발이 잦고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라며 “국내에선 비만을 개인의 책임이나 게으름의 결과로 보는 인식이 강해 치료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으로서 비만 역시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질환”이라며 “비만 치료제 급여화를 통해 약물 오남용을 줄이고, 의료 현장에서 부작용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만 치료제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온라인 불법 판매 및 광고 행위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김영림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연구관은 “국내 GLP-1 비만 치료제 출시 후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반응은 제품설명서 내 기술된 국제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수준과 유사하다”라며 “비만 치료제 광고 현장을 점검하고, 의료인과 환자에게 정확한 의약품 정보 전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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