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줄고, 높은 대손 비용 부담이 이어진 여파다. 이 같은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의 수익 구조 변화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 주요 6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115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622억원) 대비 2469억원(18.1%) 감소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24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35% 감소했고, KB국민카드는 1813억원으로 29.1% 줄었다. 삼성카드는 3356억원으로 7.5% 감소했으며,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1102억원, 76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5.5%, 10% 위축됐다.
반면 현대카드는 유일하게 순이익이 늘었다. 프리미엄 카드와 아멕스 시리즈, 애플페이 도입 등으로 회원 수를 늘리며 상반기 순이익이 16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가맹점 수수료 감소·대손비용 부담도 커져
카드사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가맹점 수수료 수입 감소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카드사들은 중소·영세 가맹점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을 최대 0.1%포인트(p) 내렸다. 이 여파로 주요 7개 신용카드사의 올해 1분기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조274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713억원) 대비 7.1% 줄었다. 업계는 연간 약 3000억원의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2월 수수료 인하 조치의 영향이 상반기 실적에 바로 반영됐다”며 “뚜렷한 반전 계기가 없다면 하반기에도 실적 악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취약 차주의 연체 증가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도 카드사 실적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대손비용은 카드사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금에 대해 미리 비용으로 반영하는 금액이다. 취약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고 연체율이 늘면서 대손충당금도 함께 늘었다.
올해 상반기 6개 카드사의 대손비용 총액은 약 1조9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이익(1조1153억원)의 약 1.75배에 달하는 규모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5097억원의 대손비용을 적립해 전년 동기(4357억원)보다 약 17% 증가했다. 삼성카드는 424억원, KB국민카드는 4억원의 대손비용이 각각 늘며, 두 회사 모두 4000억원대 대손충당금을 유지 중이다. 하나카드도 대손비용이 1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억원 증가했고, 현대카드는 444억원 늘었다.
하반기 전망도 '흐림'…카드론 축소 영향
하반기 상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달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카드론 이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드론 수익은 가맹점 수수료보다 수익 기여도가 커졌다. 여기에 정부의 취약차주 지원정책이 시행되면 대손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 취급이 줄면 대손비용은 감소하겠지만, 수익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실적에 긍정적 영향만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