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로 불안정한 상반기를 보낸 정유업계가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3분기부터 관세 우려 해소, 정제마진 회복 가능성 등에 따라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어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OIL을 시작으로 오는 31일 SK이노베이션과 HD현대오일뱅크, 그리고 다음 달 GS칼텍스 등 정유4사의 실적이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이미 발표된 주요 정유기업 S-OIL의 2분기 실적부터 좋지 못하다. S-OIL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3440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1606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영업손실 215억원)로도 적자 폭이 커졌다.
매출 역시 8조4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했으며, 순손실은 66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수요 둔화, 유가 및 환율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가 올해도 지속되면서 정유 부문에서 4411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반면 윤활기유 부문은 13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정유기업의 2분기 전망도 밝지는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부문 수익성 악화로 2분기 영업손실 24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iM증권 역시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영업손실 227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DB증권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GS칼텍스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하며 2분기 22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영업이익 3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9.8% 감소한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적자 전환이 전망되고 있다.
다만 업계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회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후속 협상이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체결되며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절적 성수기까지 맞물리면서 업황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 2분기 초에 해당했던 4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석유제품가격에서 원유·수송 등 비용을 뺀 수익지표)은 배럴당 2.4달러에 불과했지만, 5월 6달러대, 6월 7달러대를 돌파하며 6월 말 기준 9.7달러를 찍기도 했다. 하나증권 자료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정제마진은 9.8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선이다.
특히 미국 내 노후 정제설비 가동 중단 등에 따라 미국의 정제설비 가동률이 95%에 육박하면서 미국향 석유제품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석유제품 수출 상대국 중 미국은 7%의 점유율로 6위였으나, 지난 5월 기준 점유율 12%까지 증가했고 올해 누적 물량 기준으로 3위까지 상승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정유기업의 미국향 석유제품 수출 중 80%가 항공유로, 최근 4년 사이 가장 많은 물량을 기록 중”이라며 “미국 내 정제 가동률과 항공유 수율의 추가 상승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항공유 수요 호조가 최소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각 정유기업들도 수익성 회복을 위한 대책들을 실현하고 있다. S-OIL이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의 현재 진행률은 77.7%로, 내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이 내년까지 9조2580억원을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스팀 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를 비롯한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업 확대와 더불어 윤활기유 등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20일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과 만든 합작 법인 HD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윤활기유 대산공장 증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있으며, GS칼텍스 역시 저탄소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확대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정세에 영향을 받아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보였으나, 하반기 변수가 없는 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 석유제품 수출, 스페셜티 생산 확대 등에 따라 반등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