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남길에게 액션은 ‘필요악’이다. ‘액션 장인’으로 꼽히는 이의 표현치곤 뜻밖이지만, 어떤 장르에서도 대중이 그의 액션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처럼 액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가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에서 군 스나이퍼 출신 순경 이도 역을 맡아 절제된 액션을 펼쳤다. 외양도 특별한 구석이 없었다. 2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전체 메시지를 관통해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콘셉트가 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트리거’는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이야기다. 극중 김남길이 연기한 이도는 총을 들지 않고 평화를 지키려는 인물로, 대척점에 있는 문백(김영광)과 달리 강한 임팩트를 주진 못한다. 의도대로였다. 그는 “눈에 띄지 않게 캐릭터를 잡아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스나이퍼 출신이라는 설정에 베이스를 두고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스나이퍼 출신이면 관찰력이 좋고 주변을 두리번거릴 것 같았어요. 또 눈에 띄지 않아야 하니까 까만 옷을 입고요. 그렇다고 과거에 얽매여서 어두울 거라고 보진 않았어요. 너무 무겁게 가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죠.”

김남길은 ‘트리거’가 또 누군가의 트리거가 돼선 안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특히 총으로 사적 복수를 행한 몇몇 인물의 사연은 총기 살인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비치기 쉽고, 이들 대부분 서민 캐릭터라는 점에서 시선이 편협하다는 오해를 살 여지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사회적 약자에게만 총이 배달된 것처럼 보일까 봐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건달도 있고,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도 있는데, 그들도 나름대로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할 거거든요. 가난하거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만이 총을 가지면 이런다고 보이지 않길 바랐어요. 약자, 강자를 떠나서 사람의 본질을 이야기하면 어떨까 했죠. 드라마에서 허용되는 선에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상황들을 조금 더 만들다 보니 많이 자극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러한 맥락에서 액션도 일부 조정됐다. “팝콘무비처럼 액션을 위한 액션이 될 것 같았어요. 배우로서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났지만, 잔인하게 응징하면 오히려 임팩트가 떨어질 것 같았죠. 직접적인 묘사를 하지 말자고 얘기를 나눴었어요. 시원한 액션이 주는 쾌감 때문에 응징할 방법이 사람을 죽이는 것밖에 없다고 느껴지면 안 되니까요.”
그의 파트너 김영광도 같은 의견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여러 설정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사를 쌓아 올려갔다. “우리가 경계를 많이 하려고 했어요. 문백이 아프잖아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사적으로 복수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게 하자고 말했어요.”
결국 김남길이 액션도 표현도 최대한 죽이면서 살리고 싶었던 것은 ‘이야기’다. “모든 작품이 스토리가 중요하지만, ‘트리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서로 얼마나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살아가는 게 좋을지, 이를 놓아버리면 어떤 지옥이 펼쳐지는지에 대해서요. 그래서 엔딩이 좋아요. 총기 소지가 합법인 나라인지, 그렇지 않은 나라인지와는 무관하게 메시지가 잘 전달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