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이 다음달 4일 본회의를 앞두고 ‘입법 독재’ 저지 명목으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준비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방송3법·노란봉투법 등 ‘빅4’에 포함된 쟁점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제지한다는 목적이다. 다만 정면 충돌에도 입법은 통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각각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목소리는 강해지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의원들이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에 나서는 것이다. 국회법에 명시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뜻한다.
국민의힘 환노위 위원들은 전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퇴장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간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날치기 처리했다”며 “입법 폭주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김형동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원내 지도부에 필리버스터를 해야 한다고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 골자인 방송3법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다음달 4일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전원에게 “다음 달 4~5일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가 우려된다”며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필리버스터가 시간을 늦추는 것이 다일 뿐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이 의석 절대다수를 차지한 만큼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표결을 통해 토론을 종결하고 법안 처리 표결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7월 임시국회 종료를 앞두고 윤석열 정권 당시 거부권 행사로 불발됐던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도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는 지속돼 왔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 각 법안 표결에 앞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당시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입법 표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카드를 꺼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고, 재표결 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해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써 개정안은 최종 부결된 바 있다.
반면 지난 2016년 3월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192시간 25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독소조항 수정을 요구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 제정안은 여당의 표결에 수정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방송3법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통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통과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7월 국회가 다음달 5일 종료되는 만큼 방송법 3개 중 2개 법안 표결은 8월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