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 도심을 이어온 서소문고가차도가 다음달 철거된다. 노후화 등에 따른 문제를 단순 보수공사로 해결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하루 4만대 교통량을 책임지던 고가가 폐쇄되는 만큼 교통체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서 철거공사 현장 설명회를 열고 오는 8월17일 서소문고가차도를 철거한다고 밝혔다.
한병용 서울시 재난안전실장은 이날 “시설이 굉장히 노후화돼 철도 구간뿐만 아니라 일반 차량이 지나가는 구간도 위험해 철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각 받침부에 구조적 문제가 있어 2019년도에 30톤에서 20톤으로 차량 중량을 제한하고 올해 다시 10톤으로 수정했다”며 “기초 하부 말뚝 부분이 지하철 공사장과 연결돼 있어 보강하는 데 상당히 지장이 있다”고 했다.
이어 “보의 내 외부에 강선 파손이 많이 있고 피복에 콘크리트 탈락이 수시로 발생했다”면서 “2019년도 교각 받침부 콘크리트 탈락과 2021년 6월 철도 구간 콘크리트 탈락, 그리고 2024년 11월 차량 통과 구간에 콘크리트 탈락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난간과 방지망 부분 등을 일부 보수하는 데 해마다 평균 8억원에서 10억원이 필요하다”며 “구조 보강을 하지 않고는 계속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데 비용이 너무 든다”고 전했다.
1966년 완공된 서소문고가차도는 지난 59년간 충정로역과 시청역 인근을 연결해 온 493m 왕복 4차선 도로다. 하루 평균 교통량이 약 4만대다.
그러나 2019년 3월 교각에서 콘크리트 조각이 도로 위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고, 이후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 안전성 미달에 달하는 ‘D등급’ 판정을 받았다. D등급은 주요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이에 시는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안전 점검과 보수‧보강을 했지만, 구조적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고가차도에 대한 전면 개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는 철도 구간 협의 과정이 오래 걸려 철거 공사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한 실장은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철거 계획을 수립하는 데 3~4년이 걸렸다”며 “지난 5월에 협의가 완료돼 철거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시는 단계적으로 차로를 축소해 고가차도를 폐쇄하고 오는 9월21일부터 철거 공사에 착수한다. 철거에만 약 10개월이 걸리며 새로운 고가차도는 2028년 2월 준공될 예정이다.
다음달 17일 0시 시청역에서 충정로역 방향 1개 차로가 폐쇄되고, 같은 달 24일 0시 충정로역에서 시청역 방향 1개 차로가 더 폐쇄된다. 이어 철거 공사를 본격 착수하는 날 0시부터 고가차도가 전면 통제된다.
철거 공사에 따라 교통혼잡이 전망된다. 시에 따르면 서소문고가차도 하루 평균 교통량은 3만9000대다. 이중 버스가 차지하는 건 약 9~10%다.
이에 서소문로를 통과하는 43개의 버스 노선이 조정된다. 광역버스 20개 노선은 다음달 17일 0시부터 우회 운행한다. 이 중 인천 버스 11개 노선은 홍대입구역 등에서 회차하고, 경기 버스 9개 노선은 통일로·사직로·새문안로를 통해 우회한다. 시내버스 23개 노선은 9월21일 0시부터 주변 도로를 이용해 우회할 계획이다.
일반 차량은 교통체증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가급적 서소문로를 피해 사직로·새문안로·세종대로 등 주변 도로를 통해 우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시민 안전을 위해 서소문고가차도 철거는 불가피하다”며 “교통체증으로 인한 시민들의 큰 불편이 우려되는 만큼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