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씨 부부는 30년째 서대문구 다가구주택 1층에 살고 있고, 아들 내외는 2층에 산다. 어느 날 A씨는 불법 건축물을 지었다는 이유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다. 손녀를 돌보는 A씨가 수시로 2층을 가야 해 3년전 야외 계단에 캐노피를 설치했어서다.
# 10년 전 송파구 빌라를 매입한 B씨는 전 집주인이 계단식 베란다에 설치한 샷시를 계속 사용하다가 재작년 위반건축물로 적발됐다. B씨는 앞으로 이행강제금을 매년 내야 해 철거를 고민 중이다. 건축법 개정으로 부과 상한(5년)이 폐지되면서다.
서울시가 민생 부담을 덜기 위해 소규모 건축법 위반 사례에 대한 이행강제금 감경을 추진한다. 감경 대상은 계단식 베란다 샷시와 차양·비 가림을 위한 지붕과 기둥, 주차장 캐노피 등이다.
시는 올해 상반기 주거용 위반건축물을 조사한 결과, 생활 편의를 위한 소규모 위반 사례가 대다수인 점을 확인했다며 행정 지원·조례 개정·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이날 ‘소규모 위반건축물 지원 브리핑’에서 임우진 서울시 주택정책실 건축기획과장은 “위반건축물은 총 7만7000건으로 다세대·연립이 65%, 다가구 14%, 단독주택 12% 정도 차지하고 있다”며 “면적별로 보면 위반 규모가 20㎡ 미만인 소규모 건축물이 70% 이상이다”고 말했다.
현재는 실거주자가 생활 편의를 위해 설치한 샷시나 지붕 등 소규모 시설도 ‘위반건축물’로 적발되고, 이전 소유자가 설치했더라도 현 소유자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2019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행강제금 5회 부과 상한이 폐지돼 위반 사례가 시정될 때까지 부과금을 내야 한다.
김민정 건축기획팀장은 “일반 면적과 건축물 연도 변화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라며 “이행강제금은 면적이 10㎡ 미만일 때 50만원, 20㎡ 미만일 경우 100만원가량 나온다”고 했다.
시는 이행강제금이 75% 감경 적용되는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감경 조건은 30㎡ 미만 소규모 위반이거나 위반행위 후 소유권 변경됐을 때, 임대차 계약 등으로 위반 사항을 바로 시정하기 어려운 경우다. 개정안은 서울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오는 8월 시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시는 25개 자치구·서울특별시건축사회와 협력해 ‘위반건축물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건축사 등 전문가가 신·증축 등 다양한 건축행위를 비롯해 용적률 범위 내 건축물 사후 추인 가능 여부 등 건축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더불어 2·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한시 완화로 일부 위반건축물은 사후 증축 신고를 통해 합법화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이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상담을 지원한다.
또한 시는 건축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위반건축물을 양산하는 측면도 있다고 판단해 국토교통부에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한다. 생활과 밀접한 소규모 시설까지도 위반으로 간주되는 불합리한 생활 규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실질적인 생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시설물 설치로 이행강제금을 내야 했던 시민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며 “시민 실생활에 맞춘 제도 개선과 규제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