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는 김선호 아닌 안보현, ‘엑시트’ 없는 ‘악마가 이사왔다’ [쿡리뷰]

리스크는 김선호 아닌 안보현, ‘엑시트’ 없는 ‘악마가 이사왔다’ [쿡리뷰]

기사승인 2025-08-08 06:00:09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공식 포스터. CJ ENM 제공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노잼’ 출구가 없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안보현의 표정 연기, 따뜻하긴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 모두 피할 길이 없다. 이상근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지만, 전작 ‘엑시트’ 특유의 유머러스한 매력은 찾기 어렵다. 말 그대로 ‘엑시트’가 없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다.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 제공/배급 CJ ENM, 제작 외유내강)는 매일 새벽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기묘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이야기를 그린 악마 들린 코미디다.

자의 반 타의 반 백수가 된 길구는 인형 뽑기에 푹 빠져 있다. 복잡하고 어려웠던 사회생활과 달리, 인형 뽑기는 공략법도 아웃풋도 명확하다. 그런 그의 앞에 도저히 해석하기 힘든 이웃 선지가 나타난다. 새벽 2시쯤에는 눈을 희번덕거리다가도, 아침만 되면 그렇게 천사일 수가 없다. 혼란도 잠시, 길구는 밤마다 선지에게서 악마가 깨어난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2시의 데이트를 가지며 점차 가까워진다.

길구는 선하고 우직하다. 그리고 찌질하다. 선지의 정체가 궁금하지만, 먼저 물어보질 못한다. 하루는 우유가 똑 떨어져서, 하루는 쓰레기를 버려야 해서, 이처럼 궁핍한 핑계를 대면서 밤 선지를 몰래 지켜본다. 집에 돌아와서는 맹한 듯 작고 동그랗게 입을 벌린 채 하루 종일 고민한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의도한 웃음 포인트 중 하나로 보인다. 놀랍도록 같은 표정인 길구 뒤로 배경만 자꾸 바뀌는 시퀀스에서도, 반복되는 침대 부감 쇼트에서도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 대단히 특별한 표정이 아닌데, 안보현의 부족한 표현력이 별스럽게 다가오는 탓이다. 가뜩이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드는데, 그의 굳은 안면까지 더해지니 몰입도는 수직하강이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CJ ENM 제공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CJ ENM 제공

볼수록 왜 이상근 감독이 당초 길구 역에 김선호를 낙점했었는지만 납득갈 뿐이다. 찌질하지만 사랑스럽고, 소심하지만 능청스러운 인물을 한정된 감정선 안에서 맛깔난 표정과 미묘한 톤으로 살려내야 하는데, 안보현은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김선호의 주특기이자, ‘엑시트’ 용남으로 분했던 조정석의 주특기다. 못내 안타깝다.

사실상 남자주인공의 부재다. 임윤아의 1인 3역 연기는 무난하지만, 리스크를 극복하기엔 특출나지 않다. 악마 선지의 본체 서사도 마찬가지다. 보는 이의 정서를 적당히 건드리지만 신선하지 않다. 다만 악마 선지와 선지 아빠 장수가 미우나 고우나 함께한 세월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엑시트’에서 마주했던 이상근 감독만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딸 아빠 전문 배우 성동일의 생활 연기, 이번만큼은 힘을 덜어낸 주현영의 캐릭터 표현도 작품에 힘을 싣는다.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3분.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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