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시가 최근 역사적 최고점을 경신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동안 상승세를 견인하던 주요 빅테크 종목들이 ‘버블’ 경계감에 하락해서다. 증권가에서는 고점론에 따른 주의 당부와 하반기 상승랠리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현지시간 기준 지난 14일 6468.54를 기록한 뒤 5거래일 연속 하락해 1.52% 내린 6370.17까지 후퇴했다. 아울러 나스닥종합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각각 2.81%, 0.28% 하락한 2만1100.31, 4만4785.50에 거래를 마쳤다.
개별 종목으로 살펴보면 대표 빅테크 종목인 엔비디아 주가는 같은 기간 182.02달러에서 174.98달러로 3.86% 떨어졌다. 미국 AI 소프트웨어업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메그니피센트7 종목인 메타 플랫폼스는 13.72% 급감한 156.18달러, 739.10달러로 후퇴했다.
앞서 미국 증시는 이달 들어 일제히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승 랠리를 보였다. S&P500 지수는 지난 15일 6481.34를 기록해 52주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3일 2만1803.75를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19일 4만5207.39까지 올라 최고치를 새로 썼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진한 흐름으로 전환된 이유는 그간 상승장을 주도해 오던 인공지능(AI) 섹터에 대한 거품론의 영향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AI 투자 열풍이 과거 1990년대 후반 글로벌 경제를 뒤흔든 닷컴버블 사태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올트먼 CEO는 “지금 투자자 전체가 AI에 지나치게 흥분한 단계에 있다”며 “사람 셋과 아이디어 하나를 가진 일부 AI 스타트업이 상당히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지 않다. 누군가는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메사추세츠공대(MIT)의 NANDA 이니셔티브는 18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의 AI 사업 성과가 기대치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도입했음에도 95%가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도 AI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우려한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오픈AI의 AI 버블론 주장이 나타나면서 나스닥 기술주가 먼저 하락했다. 과도하게 오른 주식에 대한 차익실현이 큰 이유로 판단되지만, AI 피크는 고민해야 한다”라며 “최근 거대언어모델(LLM) 세계를 열었던 오픈AI가 자금난에 봉착한 것은 30년 전 (닷컴버블 시기) 넷스케이프의 몰락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oA의 전략가 하트넷은 미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IT 버블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AI로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니라면 밸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여러 측면에서 현재의 미 증시가 과거 주요 증시 고점에 맞먹을 만큼 비싸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AI 버블 가능성을 일축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미 증시의 사상 최고치 도달로 인한 조정기에 그친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오히려 하반기부터 사상 최고치를 재경신할 것이란 관측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픈AI CEO가 부추긴 AI 버블 언급은 증시 벤치마크인 미 증시가 하락하는 발단 역할만 했다. 현 글로벌 증시는 쉬어갈 자리에서 잘 쉬어가는 중”이라며 “오는 8~9월 조정 이후 10월~12월 증시는 상승할 것이다. 미 증시의 역사적 사상 최고치는 올 11월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AI 버블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며 “현재 3년이 채 안 되는 AI 혁명 지속시간을 감안하면 버블 논란은 시기상조다. 빅테크의 관련 투자 지출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에서 막대한 수요와 부족한 공급은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