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집단 사직과 같은 의료진의 단체행동으로 인한 의료 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의료 인력의 집단행동을 일부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정치권은 의료진의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환자와 국민의 생명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의료계는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의료진의 집단행동으로 필수의료가 마비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행위 중 중단될 경우 환자의 생명과 건강, 신체 안전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필수유지의료행위’로 규정하도록 했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이 행위를 방해할 수 없으며, 의료진이 단체행동에 나설 때도 필수유지의료행위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도록 명시했다.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최혜영 의원이 제출했던 법안을 발전시킨 형태다. 최 의원의 법안이 의료인의 집단행동을 전면 제한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의원 안은 필수유지의료행위를 유지한다는 조건 아래 집단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의료인의 단체행동권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필수의료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마련했다”며 “간호사나 다른 보건의료인들은 파업 전 노조법에 따라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체결하고 집단행동에 나서는 만큼, 의료인 역시 필수유지의료행위를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인의 권리와 환자·국민의 생명권을 조화롭게 적용하려는 법안”이라며 “노조법에서 기본권과 노동 3권의 균형을 모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노동권과 의료인의 집단행동권을 조화롭게 운영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필수유지의료행위를 보건복지부 장관이 규정하도록 한 조항이 논란의 소지가 크고, 필수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법안 내용을 보면 복지부 장관이 필수유지의료행위를 규정하게 돼 있다”며 “그렇게 되면 사실상 대부분의 의료행위가 포함될 수 있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법안이 될 수 있으며, 단체행동의 범위가 모호해 개인의 사직권까지 제약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현행 의료법상 업무유지명령과 함께 적용될 경우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의협 관계자는 “이미 의사들에게는 업무유지명령이라는 초헌법적 제재 수단이 존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근무를 강제하는 규정을 추가하면 현장 의료진의 반발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필수의료에 대한 의무 부여와 규제 신설만으로는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며 “정치권의 더 깊은 고민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