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여성 검사와 ‘형사·기획통’이 전면에 나서고 권력수사 경험 검사는 뒷자리로 물러나면서, 이번 인사가 정부가 예고한 ‘검찰 개혁’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고검 검사급 검사 665명과 일반검사 30명 등 총 695명의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부임일은 오는 27일이다.
여성·기획통 전면 배치
서울중앙지검 최선임 차장인 1차장은 최재아(사법연수원 34기) 김천지청장이 맡게 됐다. 검찰총장을 보좌하며 대검찰청의 주요 기획 업무를 총괄하는 대검 정책기획과장에는 나하나(36기) 서울중앙지검 기획담당관이 보임됐다. 대검 마약·조직범죄기획관에는 김연실(34기) 부산동부지청 차장검사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하반기 인사 직후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의 차장·부장급 여성 검사 비율은 25%였지만, 이번 인사에서 42%로 대폭 증가했다. 법무부는 “전문성과 실력, 인품을 두루 갖춘 여성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다수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장혜영(34기) 부산서부지청 차장이, 3차장에는 박준영(34기) 수원지검 형사1부장이 각각 임명됐다. 특수부 성격의 반부패수사부를 지휘하는 4차장에는 이준호(34기) 중앙지검 공보담당관이 보임됐다.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에는 장재완(34기)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대검 공공수사기획관에는 임삼빈(34기) 고양지청 차장이 발령됐다.
권력수사 검사 줄줄이 전보
반면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수사해 기소했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던 검사들은 고검이나 교육기관 등으로 전보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차·부장검사들이 대표적이다. 명품백 사건을 지휘했던 박승환 1차장은 사표를 내 면직됐고, 수사를 담당했던 김승호 형사1부장은 부산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불기소를 결정한 최재훈 반부패2부장은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으로 갔다. 공봉숙 2차장, 이성식 3차장도 각각 서울고검, 대구고검 검사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 수사나 윤 전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사들도 비슷한 처지를 맞았다. 엄희준 부천지청장, 안병수 수원지검 2차장,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 강백신 성남지청 차장은 각각 광주·부산·대전·대구고검 검사로 발령됐다. 서현욱 수원지검 형사6부장과 호승진 대검 디지털수사과장은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 법무연수원 교수로 옮기게 됐다.
법무부는 검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외부기관 파견 보직도 줄였다. 국정원, 감사원, 법제처, 환경부, 방통위, 헌법재판소 등 파견 규모를 35석에서 28석으로 7석 감축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 방향에 대해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자세와 뛰어난 실무 능력을 갖췄는지를 중점에 두고, 그간 역량과 리더십을 인정받은 인재를 중용했다”며 “공정한 법 적용 의지와 균형 있는 사건 처리 경험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윤재필 법무법인 세주로 변호사는 “여성 검사 비중 확대는 정부 지지층 특성과 조직 내 남성 중심 구조 개선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단순히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개편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도 “형사·기획통을 핵심 부서에 배치한 점은 수사·기소 분리와 업무 효율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와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권 교체에 따른 인사 변화는 조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내부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