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증권주가 하반기 들어 가장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증시 부양 기대감이 꺾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투자업계에서는 하반기 금리가 내려갈 경우 일부 종목의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증권사들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올해 상반기말 1405.05에 장을 종료한 뒤 전날 종가 기준 1278.42로 9.01% 급락했다. 이는 거래소의 KRX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낙폭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7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흐름이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하락세는 더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6월말 2만1450원에 거래를 마친 뒤 전날 1만8040원으로 15.89% 급락했다. 키움증권(-10.70%), 한국금융지주(-7.02%), 대신증권(-5.53%), NH투자증권(-4.10%), 등도 하락했다.
앞서 증권주들은 올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독보적인 상승세를 시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증시 활성화 정책을 중점 경제 정책으로 약속한 영향이다. 이에 상반기 KRX 증권지수는 90.61% 급등세를 기록했다. 증시 부양에 따른 국내외 투자자 유입은 거래대금 증가 효과를 내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성이 오르는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50억원→10억원 조정 △증권거래세율 0.15%→0.20% 인상 △법인세율 과세표준 구간별 1%p 상향 △배당소득 분리과세 35%(지방소득세 포함 38.5%) 등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개편안을 내놓아서다.
추가 상법 개정안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른바 ‘더 센 상법’인 2차 상법개정안 통과 소식도 단기 호재에 머물렀다. 2차 상법 개정안은 25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앞선 1차 상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집중투표제 시행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기존 1명서 2명으로 확대 등 방안이 담겼다. 그럼에도 증권주들은 통과 당일 상승세를 시현한 뒤 곧바로 다음 거래일에 대부분 하락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 우려가 높아 투자심리가 관망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 상법 개정안 가운데) 집중투표제는 단기적으로 경영권 방어 이슈, 의사결정 지연, 기업가치 변동성 확대라는 부정적 효과도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상반기를 이끈 기대감이 이미 소멸했다고 진단한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증권업종은 증시 부양 정책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추가 지정에 대한 기대감, 업황 개선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급등했다”며 “그러나 이같은 요인들은 상반기에 소화되면서 하반기는 추가 상승 동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최근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으로 증시 하락 및 증권업종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면서 “종투사 지정에 대한 기대감 반영 완료와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 시현으로 상고하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는 종목별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 속에 채권부문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가 우호적인 환경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 운용 과정에서 금리 인하 기회를 잡아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증권사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
장 연구원은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전망되는 상황이다. 시중금리가 이를 선반영하는 과정에서 3분기 채권매매 평가이익 중심으로 운용손익은 견조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이에 따라 오는 3분기까지 채권 운용 측면에서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이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