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골목길. 라텍스 장갑을 낀 20대 남성이 다세대주택 현관을 수차례 오갔다. 이를 수상히 여긴 CCTV 관제요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그의 가방에서 필로폰 21봉지를 발견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배달하던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대검찰청이 지난 6월 발간한 ‘2024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마약 사범 2만3022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63.6%로, 5명 중 3명꼴이었다. 전체 사범 수는 전년(2만7611명)보다 16.6% 줄었지만, 10~30대 청년층 비중은 5년 연속 증가했다. 2020년 51.6%(9322명)에서 2021년 59.6%(9623명), 2022년 59.8%(1만988명), 2023년 59.8%(1만6528명)로 꾸준히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4645명으로 집계됐다.
대검은 SNS와 다크웹 등을 통한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마약 접근성이 높아진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와 10대 청소년이 주요 타깃이 된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단속된 마약 사범이 전체의 24.4%로, 경기 다음으로 많았다. 특히 대마사범은 109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대마는 남용 시 다른 강력 마약류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게이트웨이 드러그’로 불린다.
이에 서울시는 단속과 예방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도심 전역에 설치된 CCTV 11만3273대를 활용해 최근 2년간 의심 행위 358건을 포착했고, 이 가운데 36명을 검거했다. 검거 장소는 주택가 인근(12건), 도로·차량(13건) 등 일상 공간이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시는 322명 관제요원을 대상으로 실무 중심 교육을 정례화하고, 온라인 공간에 대해서도 지난해 1월 이후 마약 관련 게시물 1만621건을 차단 요청했다.
또한 시는 개강기를 맞아 26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를 ‘마약 집중 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대학가 합동 단속을 강화한다. 최근 급증한 ‘던지기’ 거래를 막기 위해 에어컨 실외기, 계량기함, 화단 등 은닉이 빈번한 시설물을 중점 점검한다. 이번 점검은 한국외대 일대(동대문구)를 시작으로 홍익대(마포구), 중앙대(동작구), 건국대(광진구) 주변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서울시 마약관리센터를 통해 단기 입원 집중 치료, 단약 동기 강화 훈련, 또래 리더 예방 교육 등을 추진 중이다. 캠페인과 공익광고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청년층이 늘수록 치료·보호 비용과 2차 범죄 위험 등 사회적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공급 차단뿐 아니라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공익광고와 예방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