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임신중지 약’ 합법화 되나…“필수의료 제공해야”

李 정부 ‘임신중지 약’ 합법화 되나…“필수의료 제공해야”

기사승인 2025-09-02 18:44:26
2일 국회에서 ‘모든 사람들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유산유도제 도입’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김은빈 기자

낙태죄가 폐지된 지 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제도적 보호 없이 병원을 전전하거나 불법 거래로 임신중지 약물을 구하는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위민온웹(women on web)의 의사 수잔 펠트 하이스 박사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모든 사람들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유산유도제 도입’ 간담회에서 “임신중지 약은 안전한 중절에 대한 접근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위민온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안전성을 보장한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 방법을 제공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다. 

임신중지 약물은 WHO 필수 의약품 리스트에 등재돼 있으며, 세계 90여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약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미소프로스톨은 1980년대 브라질에서 사용한 의약품 성분으로, 원래 위장약으로 개발됐으나 유산유도 부작용이 발생해 임신중지가 필요한 이들이 사용했다. 같은 시기 프랑스에서 개발된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현대약품이 지난 2021년 식약처 품목허가를 신청한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지미소’는 미소프로스톨과 미페프리스톤의 복합제다.

최신 WHO 임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산유도제를 통한 12~14주 이하 임신중지는 심각한 합병증 발생 위험성이 0.5% 이하다. 효과성은 94~99% 정도인데, 미소프로스톨만 복용할 경우 94%이며 미페프리스톤을 병용하면 효과가 높아진다. 

그러나 현재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는 음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후 법적 효력이 상실됐지만, 6년째 후속 입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중지 약물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실정이다.

펠트 하이스 박사는 “임신중지 범죄화는 임신중지 건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을 저해하는 방식”이라며 “임산부 사망의 13%는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예방 가능한 사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이 개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 산모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접근성 보장을 위해 임신중지 약을 전국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임신중지는 건강보험 비급여가 원칙인 탓에 의료 기관별 비용 편차가 크다. 2025년 여성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총 비용이 100만원 이상이었다’는 응답이 39.5%, 현금 결제 요구가 52.8%에 달했다. 심지어 영양제나 유착방지제 같은 비급여 약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불법 인터넷 거래나 브로커를 통한 약물 자가 처방이 늘고 있다”며 “불법 유통되는 것들 중 가짜 약이 있을 수 있고, 용량을 복약지침만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유산 후 관리에 대한 안내 없이 약만 배송하는 행태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 공백을 줄여 조속히 약물을 도입하고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의사와 보건당국의 관리 하에 약물을 사용하도록 해 건강보험 적용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산유도제 도입 관련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 허용 한계에 관한 부분 삭제와 더불어 약물에 의한 방법으로 인공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보험 급여가 적용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남 의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을 경우 약값이 비싸져 취약계층이나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건강보험 적용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연내 구체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상희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국장은 “복지부에서도 더는 (임신중지 후속입법에 대한) 논의를 미루면 안 된다는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서 “정부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올해 안에 정부안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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