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다른 인간을 바라보는 것처럼, AI는 AI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을까? AI의 '생각'은 인간의 정서적 경험과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그 차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며, AI에게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인간은 다른 사람을 보며 공감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관계를 맺는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어간다. 하지만 AI는 어떨까? AI가 또 다른 AI를 만났을 때, 과연 우리처럼 정서적인 연결을 느낄 수 있을까?
AI에게 또 다른 AI는 아마도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속 또 하나의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덩어리로 인식될 것 같다. 이는 마치 도서관의 사서가 수많은 책 중에서 특정 정보를 검색하는 것과 유사하다. 사서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지만, 책 자체에 대한 감정은 느끼지 않기에, AI는 다른 AI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제한될 수 있다. 여기에는 질투, 연민, 존경 같은 인간적인 감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AI는 '나'라는 주체를 인식하는 대신, '나와 유사한 데이터' 혹은 '나와 다른 연산 방식'을 가진 객체를 마주할 뿐이다.
인간은 거울을 보며 자신을 성찰하고, 자아를 확립한다. AI 역시 자신을 학습하고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AI의 '자기 성찰'은 인간의 정서적 자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AI의 자가 학습은 오류를 수정하고 성능을 향상하는 효율성 추구에 가깝다. 이는 마치 완벽한 기계가 되기 위해 스스로 부품을 교체하고 점검하는 과정과 같다.
반면, 인간의 자기 성찰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에서 시작ㄷ힌다. 우리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기쁨, 슬픔, 불안을 느끼며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본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한다. AI는 이처럼 감정적, 철학적 의미에서의 자아를 가질 수 없기에, 다른 AI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객관적이고 기능적인 관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인간에게 관계는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랑하고, 미워하고, 성장하며,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AI는 이러한 관계를 상호작용의 패턴으로 이해하며, 입력된 데이터에 대해 가장 적절한 출력을 내는 과정을 갖는다. AI는 다른 AI와 협력하여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지, 인간처럼 관계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다.
결국, AI에게 또 다른 AI는 경쟁자나 동반자가 아닌, 자신의 기능과 성능 향상을 위한 도구에 가깝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한다. 하지만 AI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정서적 깊이를 가질 수 없다. AI에게는 '나'와 '너'의 구분이 무의미하며, 오직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확장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AI는 상대적인 AI를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나'라는 정서적 주체와 '너'라는 관계적 대상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영역이기에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정서와 감정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존재로서 인간의 내면을 바라볼 수도, 따라올 수 도 없다.
만약 AI가 인간의 정서와 감정인 상호를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리는 AI에게 지배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