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거리공원, 낯간지러운 ‘숲속’ 명명

천안삼거리공원, 낯간지러운 ‘숲속’ 명명

도로 옆 땡볕 아래 ‘숲속빌리지’ 놀이터
어린 나무 심어놓고 ‘그늘 테라스’ 안내
애목 밑 경관조명 설치 “뭘 비추려고?”
“좋은 곳 그리 없나” 아파트 배경 포토존

기사승인 2025-09-03 15:39:27
재개장한 천안삼거리공원의  ‘숲속빌리지 놀이터’. 숲속은 커녕 바로 옆 도로로 차량들이 질주한다. 사진=조한필 기자 

지난 1일 재개장한 천안삼거리공원에 숲이 생겼다고? 어린이놀이터  ‘숲속빌리지’ 이름을 듣고 처음부터 의아했다. 역시 숲은 없었다. 숲은 고사하고 어린 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숲속빌리지로 이름 붙인 강심장이 놀랍다. 놀이터 바로 옆은 차량이 질주하는 도로다. 애초부터 좋은 놀이터 자리는 아니었다.

삼거리공원의 새로 조성한 지역은 큰 나무가 없다. 많은 시설이 뙤약볕을 그대로 받고 있다. 

매점 옆의 ‘느티나무 테라스’.  ‘넉넉한 느티나무 그늘아래, 차 한잔과 함께 도란도란...’ 안내문이 무색하다. 애목 몇 그루 심어 놓고, 주위에 긴 탁자와 의자 여러 세트를 배치했다.  썰렁하기 그지없다. 시는 “교관목 59종, 9만5000여주를 심었다”고 홍보했는데 모두 덜 자란 나무들 뿐인가?

천안삼거리공원  ‘느티나무 테라스’.   조한필 기자
천안삼거리공원  ‘어울마당’. 나무 아래 경관조명(원내)이 설치돼 있다.  조한필 기자

가족, 친구들이 어울리는 장소를 표방한 ‘어울마당’ .  여기도 매한가지다. 어린 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그 옆에 탁자와 의자, 벤치를 여러 개 놓았다. 볼품없는 나무 밑에 경관조명이 있다. 뭘 비추겠다고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시민 이모씨(천안 불당동)는 “삼거리공원이 숲이 이루려면 저 나무들이 크게 자라야 될 텐데, 1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래도 옛 삼거리공원에 있던 능수버들과 단풍나무·이팝나무 등이 건재해 다행이다. 영남루 옆으로 울창한 가로수길, 또 바로 옆 능수정원이 공원 이름값을 하고 있다.

포토존 설치 위치가 해괴하다. 천안삼거리공원 대표 경관이 그리 마땅치 않았나. 그렇다고 관광객이 아파트단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게 해서는 안 된다.  ‘잔디마당’에 설치된 두 예쁜 벤치가 보는 이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차선책으로나마 능수정원이나 영남루 가로수길, 흥타령 노래탑 부근으로 옮기는 게 좋을 듯하다.

천안삼거리공원 '잔디마당'의 두 포토존 벤치. 배경으로 아파트단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조한필 기자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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