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7년 역사 끝나나…금융당국 대수술 임박

금융위 17년 역사 끝나나…금융당국 대수술 임박

기사승인 2025-09-04 20:45:19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금융위원회가 17년 만에 사실상 해체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신설을 골자로 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확정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당정은 오는 7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국정기획위가 추진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당정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편안 핵심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기재부는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해 ‘재정경제부’로 전환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위로 이름을 바꾸고, 산하에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 두 기구를 두게 된다. 금소원은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승격한 것으로 별도 독립 기구로 신설된다. 사실상 2008년 해체됐던 금융감독위원회가 17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금융당국 조직개편 향방은 그간 불확실했다. 금융권은 금융위 해체를 기정사실로 봤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위를 치켜세우면서 존치론이 힘을 얻었다. 이 대통령은 6·27 대출 규제 성과를 언급하며 권대영 부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도 “금융위가 요즘 열일(열심히 일)한다”고 격려했다. 이억원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마저 지명되면서 금융위 안팎에서는 기대감이 강해졌다. 금융당국 사정에 밝은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체 가능성을 두고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해체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결국 민주당과 국정기획위원회가 주도한 개편안에 무게가 실리면서 금융위는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정은 “해체가 아닌 기능 재배치”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현행 금융위 체제의 종료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대로 개편이 확정될 경우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보직이 금융감독위원장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개편을 둘러싼 우려는 크다. 금융감독 권한을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맡길 경우 위헌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고, 감독·정책 기능 분리시 부처 간 역할 구분이 모호해져 신속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부담도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할 경우 향후 5년간 총 47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정치적 진통 역시 변수다. 정부조직법, 금융위 설치법, 은행법 등 다수 법률 개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정무위원들은 지난 2일 이억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열흘짜리 금융위원장의 청문회는 코미디”라며 반발했다.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 강준현 의원도 “내부적으로 손볼 부분이 많다. 정무위 심사, 공론 절차, 여야 합의 등 절차가 많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이견이 크고, 개편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며 “법률 개정도 필요한 사안인 만큼 실제 개편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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