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 업계에서 1억원으로 오른 예금보호한도를 두고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계속되고 있다. 자금을 운용해 돈을 벌어들일 수익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예금을 받지 않기 위해 금리 인하를 고민하는 저축은행도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가 지난 1일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랐다. 보호 한도를 올린 것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금융사가 파산할 경우 고객은 이날부터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원금과 이자를 최대 1억원까지 보장 받을 수 있다. 예·적금과 퇴직연금, 연금저축, 사고보험금 등이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1금융권(은행)에서 2금융권(비은행)으로 예금이 쏠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했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보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의 수신 규모가 16%~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금융학회도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금보호한도 상향 시행 전후로 아직 뚜렷한 자금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은행-비은행 사이 유의미한 금리 차이가 없어 머니무브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통상 은행보다 금리가 0.8%포인트(p)~1%p는 높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표현한다”며 “현재는 그 정도로 차이가 나지 않아 고객들이 예금을 옮길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48%를 기록했다. 같은 조건에서 저축은행 금리는 연 3.04%로 0.56% 높다.
낮은 금리차이 배경에는 예금 유치에 소극적인 저축은행의 태도가 있다. 수신이 늘어나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증가한다. 이때 대출 영업을 통한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저축은행은 정부의 6.27대책 등 부동산 규제로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뚜렷한 수익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저축은행에 고위험 부동산 대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실제 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규모는 감소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94조9746억원이다. 지난해 12월(97조9462억원)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수신 잔액도 3월 99조5873억원을 기록하며 8개월 만에 100조원 대에서 떨어졌다. 이후 4월(98조3941억원), 5월(98조5315억원), 6월(99조5159억원) 모두 98~99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여신은 줄어드는데 수신 자금만 늘려서는 역마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저축은행이 예금을 받으면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현재 자금을 운용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출 외에는 운용 수단으로 국채나 부동산 투자가 있지만 국채는 수익률이 낮고 부동산 경기도 부진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현 수준에서 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예금 금리 인하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금 유입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문제”라며 “굳이 예금을 유치해서 필요하지 않은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