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건설 나뉜 韓원전…신규 대형원전 부지 선정도 차질 빚나

수출-건설 나뉜 韓원전…신규 대형원전 부지 선정도 차질 빚나

- 재생e·원전 정책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원전 수출만 산업부로
- “주요 기능 모인 컨트롤타워 아닌 역할 배분 혼란 가중” 비판
- 대형원전2기·SMR1기 부지 선정, 올해 말까지 불투명…업계 반발

기사승인 2025-09-08 16:21:52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연합뉴스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원전 수출과 정책 기능이 분리돼 원전 산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정부 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되고 검찰청이 폐지되는 등 전반적인 개편이 이뤄진 가운데, 산업 부처 중에선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됐다.

화석연료를 제외한 재생에너지·원전 정책과 전력산업 전반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맡게 되며, 산업부에는 석유·가스·석탄·광물 등을 담당하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 수출을 전담하는 원전전략기획관만 남는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은 새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시대 준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다만 이러한 주요 기능들을 한 데 모아 중립 지대로서 일원화하겠다던 당초 목적과는 달리, 환경부 기능 축소 등 우려가 제기되면서 오히려 하나의 에너지원을 담당하는 부처가 둘로 나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난 미국과의 관세 협상 당시 산업부가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해 원전 등 에너지 관련 이슈를 종합해 미 측과 조율해 왔는데, 이제는 환경부가 이를 주관해야 함은 물론, 에너지원별로 역할 배분까지 필요해졌다”며 “그렇지 않아도 재생에너지와 원전 사이에서 정치적 갈등을 빚어왔는데 또 다른 절차가 하나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전의 경우 ‘탈원전 시즌2’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규제 부처로서의 역할을 해온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등 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데다, 원전 수출과 국내 원전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가 달라 전반적인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올해 말로 계획돼 있었던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 절차도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신규 원전·SMR 절차는 당초 하반기 지자체 유치 공모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앞서 여당 측에서 “전문가 부지 선정 후 지역주민 동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비공식적으로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여기에 이번 조직 개편으로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한수원이 환경부 산하로 이관될 예정이어서 새 부처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 이러한 계획들이 사실상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원전업계의 반발은 이미 시작됐다. 한수원 노조는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전인 지난 5일 성명문을 내고 “에너지 정책의 환경부 이관은 산업과 에너지를 분리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에너지 정책은 산업-경제-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라”면서,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시 8일 이후부터 약 한 달간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전환연구소 관계자는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야 할 시점에 다시 분리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기후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선택”이라며 “특히 원전 수출과 자원 산업만 산업부에 남았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시너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